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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전환기, 경영계에도 전환이 일어난다. 발탁되고 승진하고 영입되는 사람들이 있고, 정체되고 물러나는 경영자들이 있다. 16년간 임원 코칭을 하다 보니, 경영자들이 승승장구 잘 나갈 때도, 쓰라리게 물러날 때도 코치로서 그 순간을 함께 해 왔다. 나도 모르게 ‘한국의 경영자’의 변화 주기를 증인처럼 지켜봐 온 셈이다. 어떤 직장인이 꿈에 그리던 사장이 되면 엄청난 성취이고, 꿈이 실현되는 각별한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전체 조직의 사이클이라는 관점에서는 자연스러운 순환 현상의 조각에 불과하다.

죽도록 열심히 일하고 ‘회사가 곧 나’ 라는 자세로 수십년 몰입했던 사람이 어느 날 조직으로부터 ‘더 이상 당신이 없어도 된다’는 말을 듣는 것처럼 괴로운 일이 또 있을까. 누구라도 배신감과 허탈감에 한 동안 힘들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것도 조직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순환일 뿐이다. 자연의 순환처럼 경영자에게도 사계절이 있다고 할까. 처음에 희망을 품고 시작하고, 모든 면에서 커지고 융성해지다가 이윽고 절정에 달하고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가족에도 4계절이 있다. 처음 가족이 형성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교육시키는 동안 세대는 확대일로를 걷는다. 가족이 확대되고 지출은 늘어나며 가장 큰 공간이 필요해진다. 이 시기 가장들은 일생의 가장 큰 부채를 진다. 하지만 자녀가 대학을 마치고 독립해 나가는 시기, 이른바 빈 둥지(empty nest)가 되면서 세대는 축소의 길을 걷는다. 소비 지출이 줄고 저축이 늘어나며 자산도 축소한다.

순응하는 자연과 저항하는 인위적인 노력
<2019 부의 대절벽>이란 책을 쓴 헤리 덴트는 인구전문가이자 주기 연구자이다. 그는 세계 정부들이 2008년 이후 어떻게든 경기 하강을 막아보려고 돈을 마구 찍어내며 끝없는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지만 경제성장률은 겨우 2퍼센트라고 지적한다. 마치 환자에게 마약을 처방하는 것과 같아서, 체질 개선은 되지 않고 계속 의존성이 커진다. 그는 고통스러운 버블 붕괴를 감수하고 경제에 쌓인 쓰레기를 깨끗이 치운 다음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거품이 꺼지는 경제적 겨울에 대비하라고 조언한다.

집 앞에 작은 숲이 있어서 계절마다 나무들을 지켜본다. 봄의 신록, 여리디 여린 새싹이 그토록 두껍고 단단한 줄기를 뚫고 나오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다. 사랑스럽다. 겨울엔 나무 가지가 뚝뚝 부러질 정도로 메말라진다. 나무가 제 몸에서 물기를 빼기 때문이다. 수분을 제거함으로써 얼지 않고 겨울을 난다. 그래서 새 봄에 싹을 틔울 수 있다. 자연의 이치다.

자연의 섭리를 잘 깨달은 사람은 어떤 면이 다를까를 생각해본다. 자연의 큰 운행의 힘을 인정하고 자신도 큰 시스템의 일부임을 알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을 자기 중심적으로 바라보는 에고를 극복한 사람일 것이다. 그는 잘 나갈 때 교만하지 않고, 실패를 해도 기죽지 않으며, 열망을 갖되 겸손할 것이다.

큰 조직의 리더로 성과를 이끌며 활동을 하던 분이 그 시기를 마친 다음에 코칭 교육에 학생으로 참가해서 배우기도 한다. 마치 봄에 새로운 싹을 틔울 준비하는 겨울나무처럼, 초심자로 돌아가는 그 모습에서 감동을 느낀다. 자연의 섭리를 알고 실행하는 지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전에 어느 시인이 그런 말을 했다. 감나무에 감이 달려있다. 감이 다 익었으면 떨어져야 한다. 안 떨어지려고 기를 쓰고 매달려 있으면 그걸 보고 말한다. “덜 떨어진 놈!” 이 말은 내가 어디선가 크게 떨어진 다음에 들었던 위로의 말이었다. 지금 자신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얘기해주고 싶다. 첫째, 그건 자신이 익었기 때문이고, 둘째, 한 단계의 완숙을 거쳐 새싹을 틔울 단계일지도 모른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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