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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 Coaching Letter From CMI
 
   
 
 가 대학을 들어가던 70년대 중반은 고등학교 12반 중 이과가 9반이고 문과가 3반에 불과했다. 아주 특별한 애들만이 문과를 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공과대학이 시들해지면서 너도나도 문과를 지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언론에선 얼마나 기술자가 중요한지 연구개발이 필요한지를 강조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근데 문과출신들 취업이 문제되면서 요즘은 다시 공과대학이 부활하고 있다. 

이를 보면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 같다. 개인도 그렇고 조직도 그렇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변화한다는 사실뿐이다. 우리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얘기이다. 변화하는 자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자는 죽는다. 하지만 변한다는 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걸 뜻하진 않는다. 지켜야 할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슬로건 “모든 건 변한다. 하지만 변하는 건 없다.”는 슬로건은 인상적이다. 

일본의 스시로는 회전초밥체인점이다. 2013년에만 1500억엔의 매출을 올렸다. 우리 돈으로 1조 5천억이다. 초밥을 팔아 어떻게 이런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초밥집의 가장 큰 문제는 재고관리이다. 생선은 비싼 식자재지만 오래 보관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비싼 생선은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이들은 접시에 IC 칩을 달아 수요를 예측했다. 어느 시간 대에 어떤 초밥이 얼마만큼 팔리는지를 파악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거기에 따라 식자재를 구입한 것이다. 

야마구치현에 닷사이란 술 만드는 회사가 있다. 술은 잘 팔렸지만 술의 원재료인 쌀 야마다니시키 공급 때문에 애를 먹었다. 이 쌀은 재배가 까다로워 농사짓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 전역에서 나오는 쌀을 긁어 모아도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2014년 이들은 후지쓰와 공동으로 과학적 농산물 재배관리시스템을 개발했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농경지에서 농부의 행동, 파종시기, 농약살포법, 수확시기까지 예측했다. 그 결과 매출이 6배 뛰었다. 둘 다 아날로그 산업에 IT기술을 결합한 결과 큰 성과를 낸 것이다. 기본은 아날로그지만 거기에 새로운 기술을 입힌 것이다. 

변화를 위해서는 고객입장에서 사업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영국의 테스코가 그렇다. 보통 유통업체는 땅값이 싼 교외에 건물을 짓지만 이들은 고객의 편의를 위해 도심인근에 소규모 매장을 냈다. 고객을 위해 24시간 오픈하고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매장의 인테리어도 늘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다. 이들은 회원카드를 통해 회원을 분석하는데 회원숫자가 무려 천 만 명이다. 고객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영국의 조 말론 향수는 참여형 향수회사이다. 고객으로 하여금 직접 향을 만들게 한다. 자기만의 고유한 향을 만들고 싶어하는 고객들이 열광한다. 이들은 향을 만들 때 다른 향과의 조합을 염두에 두고 향을 만든다. 빌트어베어 워크숍도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인형을 만들 때 원재료를 다양하게 늘어놓고 고객으로 하여금 직접 선택해 자기만의 인형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변화의 핵심은 사람이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우린 보통 제로섬의 생각을 갖고 있다. 회사 일을 열심히 하려면 가정을 희생해야 하고 가정을 지키려면 회사 일은 소홀히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화와 균형이다. 일, 가정, 자신, 공동체 사이의 균형이다. 하나만을 잘할 수는 없는 법이다. 자녀가 고질병을 앓고 있는 직원이 있는데 이 직원은 금요일 저녁마다 애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만 하고 이를 위해선 금요일은 4시에 퇴근해야 한다. 근데 회사 규정 때문에 이 사람의 퇴근을 막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몸은 사무실에 있지만 일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직원을 중시해야 한다. 그런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한국의 제니퍼소프트는 모두 정규직이고 근무시간은 7시간에 불과하다. 퇴근은 자유롭고, 추가근무는 절대 없다. 출산을 하면 천 만원을 주고 5년차가 되면 가족 모두 해외여행을 보내준다. 이들은 회사를 위해 일하지 말고 자기 삶을 희생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26명의 직원이 130억의 매출을 올린다. 사람중시 경영의 산물이다. 픽사는 자율성과 재미에 중점을 둔다. 회사 내에 수영장, 비치발리경기장이 있고 킥보드를 타고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작품 평가에 있어서는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다. 창의성과 엄격한 규율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SAS인스티튜트는 사람 중시경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이들은 복지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이 회사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은 해고 대신 연봉 동결을 택했는데 다음 해 50%의 성장을 이룩했다. 그렇다고 마냥 널널한 건 아니다. 일을 못하면 생존하기 힘들다. 저성과자의 경우 처음에 피드백을 주고 90일간 트레이닝을 시킨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낸다. 온정과 비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Change, but don’t change

무엇보다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가치를 명확히 하고 거기에 따라 사업을 해야 한다. 캐나다의 구스란 기업은 극한 추위에도 견디는 옷을 만드는 것이 사명이다. 심플하지만 거기에 집중한다. 그래서 극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 회사 제품의 열성팬이다. 화장품 회사 키엘은 환경친화적인 기업이다. 이들은 단순하고 재활용 가능한 용기만 사용한다. 광고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회사 제품을 좋아한다. 이들의 브랜드는 진정성이다. 고셰병, 폼페병 같은 희귀병 치료제를 만드는 젠자임의 핵심은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것이다.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들은 시장을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사명감으로 움직인다. 이처럼 진정성을 갖고 가치에 집중하면 다른 것은 따라온다. 

진리는 대부분 역설적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둘 다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지킬 것은 지키되 바꿀 것은 바꾸는 것이다. 변화를 하면서 동시에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투자를 하면서 동시에 단기수익도 내는 것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kthan@assist.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