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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 Coaching Letter From CMI
 
   
 
  해보려고 애쓸수록 도리어 잘 안 될 때가 있다. 골프 스윙 연습할 때, 코치가 옆에서 계속 지적한다. 몸에 힘을 빼라, 머리를 들지 말라, 팔을 휘두르지 말고 몸통의 회전을 이용하라, 공을 끝까지 보라 등등. 문제는 그걸 의식할수록 동작이 어색해지고 몸에 힘이 더 들어간다는 거다. 하나에 신경 쓰면 다른 게 무너지고, 이게 되면 저게 안 되고…… 왜 코치 앞에선 평소보다 더 바보처럼 될까?

프로선수들이 기량을 발휘하는 순간은 이와 완전히 반대 상황이다. 자기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전혀 의식하지 않고 완전히 집중할 때 몸이 자연스럽게 최고의 동작을 만들어낸다. 책이나 논문이 잘 안 읽히는 날도 있다. 다음날 마감이라든지 해서 빨리 읽어내야 하는 압박감이 있을 때, 같은 대목을 반복해 읽고만 있지 내용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망했다’고 포기하는 순간 눈에 들어온 엉뚱한 책을 집어 들었는데,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장에 끌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기도 한다. 그 때 읽은 것은 신기하게도 또렷하게 의미가 각인된다. 

내 안에는 나를 지시·통제하는 또 다른 내가 있다. 「이너게임」의 저자 티모시 골웨이는 이를 셀프1이라 불렀다. 말하자면 골프 코치의 잔소리를 내면화한 것이 셀프1이다. 잔소리를 듣는 대상이 셀프2다. 셀프1은 계속 말한다. “또 틀렸잖아!” “그게 아니야, 바보야!” 심하면 밖으로도 터져 나온다. 평소 아주 우아했던 어떤 분이 골프장에서 미스샷을 날린 후, “이 멍청아!!” 하고 엄청 거친 소리를 꽥 질러서, 우린 깜짝 놀라면서도 얼마나 웃겼는지 모른다. 반전의 모습으로 동반자들을 엄청 웃게 했는데, 결과가 좋아지진 않았다. 혼날수록 셀프2는 위축되고, 본래 리듬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밖에서 벌어지는 아우터 게임보다도 내면에서 대립하는 이너게임이 문제인 거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티모시 골웨이는 독특한 사람이다. 하버드를 다닌 수재에 테니스부 리더였고 대학교수가 되었다. 그는 안식년에 테니스를 가르치면서 사람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방법을 터득했다. 지시에 따라 인위적으로 동작을 만들어내는 대신, 몸의 느낌을 인지하면서 완전히 집중하도록 하는 거였다. 

셀프1이 왜 문제냐 하면 바로 집중을 결정적으로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너게임은 ACT를 중시한다. 첫째, ‘비(非)평가적 인지(awareness)’, 즉 자신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다. 둘째는 셀프2에 대한 신뢰(Trust)다. 진정한 동기에 따라 전념하게 되면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자연스러운 집중이 일어나고, 자기평가나 과잉통제를 일으키는 불안감도 의구심도 사라진다. 걱정도 지루함도 없는 순수한 상태, 이건 바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권태와 불안을 넘어(Beyond Boredom and Anxiety)” 에서 말한 몰입; 플로우 상태(Flow State)와 같다. 셋째는 선택(Choice)다. 몰입상태에서 최고의 순간을 경험했던 선수들은 가끔 골웨이를 다시 찾아와, 몰입하는 법을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며 조언을 구했다. 그는 셀프1과 셀프2가 대립하고 간섭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며, 셀프2에 집중하기로 선택하라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스포츠에만 통할 것 같았던 이 접근법은 실은 집중력을 잃기 쉬운 일터에서 매우 필요한 것이었다. IBM, AT&T를 필두로 기업들이 이너게임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타율적인 간섭과 질책을 거두고, 스스로의 인지를 극대화하고 목표에 몰입하도록 집중하는 것, 이너게임의 이러한 원리는 코칭의 기본 철학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코칭은 이너게임의 원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될 것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helenko@kookmin.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