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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 Coaching Letter From CMI
 
   
 
 년 전 일이다. 기업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종종 지인들이 자식 진로문제를 나와 상의한다. 그 분은 남편 몸이 불편해지면서 뒤늦게 보험 일을 하며 어렵게 자식들 공부를 시키는 사람이다. 1남 1녀를 두었는데 다행히 둘 다 공부를 잘 해 괜찮은 대학을 들어갔다. 딸은 화학을 전공했는데 4학년인 딸이 지도교수의 설득으로 대학원에 가겠다고 하는데 어쩌면 좋겠냐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철딱서니 없는 딸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기 엄마가 그렇게 힘들게 등록금을 대고 있는데 대학원 얘기가 나올까? 한시라도 빨리 졸업해 엄마의 짐을 덜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난 여름방학 동안 화학과 교수인 동시에 벤처를 운영하는 친구회사에서 인턴자리를 알선했다. 그냥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지금의 전공이 실제 사회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도록 한 것이다. 인턴을 하면서 그 친구는 취업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알고 보니 내 친구가 설득을 한 것이다. 인턴을 끝낸 후 취업을 한 그녀는 그 회사에서 좋은 배필을 만나 잘 살고 있다. 부모와 딸 모두 당시의 결정에 만족하고 있다. 다음엔 아들문제를 상의했다. 군대를 다녀온 아들은 전공도 아닌 회계사 공부를 하고 싶다면서 자신에게 도와달라고 했다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것이다. 난 당연히 반대를 했다. 집안형편이 이런데 무슨 회계사 공부냐? 전공도 달라 시험도 어렵지만 시험에 붙어도 그 쪽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그렇지만 그 아들은 끝내 고집을 피워 2년간 휴학하고 회계사 공부를 했는데 시험에 실패하고 얼마 전 취직을 했다. 이 집을 보면서 난 여러 생각을 했다. 내가 이 집 자식이라면 어떤 결정을 할까? 그런 부모에게 공부를 더 하겠다는 말이 나올까? 난 못할 것 같다. 내가 어렵게 사는데 자식이 공부를 더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까? 공부는 그만하고 취직을 하라는 말도 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젊으나 늙으나 공부는 중요하다. 자신을 갈고 닦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하지만 공부를 할 때는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방법 또한 생각해야 한다. 특히 대학원 공부는 그러하다. 대학원을 들어가려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가 대학원을 가려는 목적은 무엇인가? 내가 정말 이 공부를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가? 사실 그렇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회사 일이 힘들 때 사람들은 대학원공부를 떠올린다. 그 때 생각나는 공부는 진정한 의미의 공부가 아니라 현실도피일 가능성이 높다. 동아리 활동 때문에 휴학을 하는 사람이 있다. 동아리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기 힘들다는 것이 이유다. 난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럼 동아리 활동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실력이란 건 여러 가지 힘든 일을 동시에 해나갈 때 생기는 거 아닌가? 여러 가지 일이 생겨 힘이 들고 시간이 부족할 때마다 그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학생 때야 그렇지만 사회에 나가서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모든 게 다 그렇지만 특히 공부에 관해서는 자신의 처지를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공부란 태생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학교의 어원인 schole란 단어가 바로 여유이다. 남들이 한다고 내 상황을 따져보지 않고 공부해선 안 된다. 부모님이 힘들 때는 빨리 졸업해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기회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동아리 활동 때문에 휴학을 하는 것,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당연히 투자대비 효용성을 생각해야 하고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사람은 언제 성장할까? 자기 힘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철이 든다. 사회라는 정글에서 수모도 당해보고, 힘든 상사도 만나보고, 일 못한다고 야단도 맞으면서 사람은 성장한다. 자기 힘으로 돈을 벌어봐야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다. 얼마나 힘이 드는지,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세상인심이 어떤지도 알 수 있다. 사실 이런 것을 배우는 것이 정말 공부이다.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공부 모델은 주경야독이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것이다. 한 손엔 망치 들고 다른 한 손엔 책을 드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세상에 한 가지 일만 하면서 살 수 있는 존재는 갓난아기뿐이다. 또 일을 병행하는 것이 공부에는 더 도움이 된다. 공부란 평생 하는 것이다. 부족하다고 생각날 때마다 틈틈이 하는 것이 공부다. 공부와 일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사실 의미 없다. 일이 공부이고, 공부가 사실은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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