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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 Coaching Letter From CMI
 
   
 
 슨 일이든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 일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있어야 한다. 사업이 그렇다. 엘지인화원의 이병남 원장은 다음과 같이 기업을 정의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사업한다는 의미로 내링스리브-Naringsliv-란 말을 쓴다. 영어로 Nourishment for life, 즉 생명을 위한 자양분이라는 말이다. 사업을 하는 것이 생명체에게 자양분을 주는 행위라는 뜻이다. 우리 말 '살림'은 '죽임'의 반대말이다. 사업은 '살림'이다. 영어의 컴퍼니는 같이 빵을 먹는다는 말이다. 동료들과 더불어 사업을 벌이며 함께 나눌 양식을 얻는다는 말이다. 중국말로도 사업은 생기, 활력, 생명력이란 뜻이 담긴 생의 生意 (Sheng yi)이다. 내링스리브와 닮았다. 우리의 삶, 생활에 필요한 기반을 만드는 일로서 뭔가를 살려내는 일이다.” 

여러분은 사업을 왜 하는가? 이익을 위해 한다고?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익이 나야 하지만 이익만을 위해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익은 쫓는다고 얻어지지 않는다. 이익은 결과물로 나오는 것이다. 세계적인 제약회사 머크는 이를 증명한다. 1929년 가업을 물려받은 조지 머크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의약품은 환자를 위한 것이지 결코 이윤을 위한 게 아니다. 이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것만 제대로 기억한다면 이윤은 저절로 따라온다. 이것을 더 잘 기억할수록 이윤은 더 커진다.” 존재 이유를 잘 기억할수록 이윤이 커진다고 생각했다. 이윤의 역설이다. 이윤만 쫓다 보면 이윤은 자꾸 도망간다. 사업본질에 충실하면 이윤은 커진다. 

미국 최대의 유기농 슈퍼마켓 체인점 홀푸드도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홀푸드는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에 선정되고 있으며 사회적 책임부문 1위에 선정됐다.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는데 그는 이익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사람은 먹지 않으면 살 수 없고, 기업도 이익을 내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이 먹기 위해서만 사는 게 아니듯 기업도 이익을 내려고 존재해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는 필요악이므로 해체가 아닌 개선의 대상이다.” 그가 얘기하는 깨어있는 비즈니스의 네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기업은 높은 이상을 실현할 잠재력이 있다. 수익이나 주주가치 극대화를 넘어선 기업의 존재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투자자 말고도 중요한 이해당사자가 있다. 고객, 종업원, 협력업체, 지역공동체, 환경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상호의존적이다. 이해관계자들이 공유할 중요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셋째, 각별한 리더십을 요구한다. 개인의 이해가 아닌 기업의 가치와 사명을 우선시하는 섬김의 리더십이 그것이다. 리더들은 기업의 존재이유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넷째, 이런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한 마디로 이익을 넘어서서 사회의 공동선 실천을 위해 노력하란 것이다. 거의 철학자 수준이다. 근데 그것이 가능할까? 당연히 가능하고 실제 이를 증명하는 회사들이 있다. 구글, 젯블루, 유피에스, 이베이, 아마존, 코스트코, 혼다, 존슨앤존슨, 사우스웨스트항공, 스타벅스, 홀푸드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누적 투자수익률이 1000%를 넘는다. 다른 곳 평균 122%의 거의 열 배 수준이다. 이들은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한다. 더 큰 목적을 추구한다. 이윤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윤을 넘어선 기업의 존재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를 꾸준하게 지키다 보면 기업의 생명력이 높아지고 시장 생태계 안에서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기업이 있다. 바로 풀무원이다. 나는 풀무원 제품이면 무조건 믿고 산다. 회사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한국 유기농의 아버지라 불리는 원경선 원장의 정신을 이어받은 회사이다. 그는 한국에서 최초로 유기농 농사를 지은 사람으로 그의 업적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다. 이 회사는 81년 설립해 올해로 25주년이다. 처음에는 유기농이란 개념이 없어 고전을 했지만 회사의 올바른 철학이 사람들 사이에 서서히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불황임에도 두 자리 수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 회사의 남승우 대표 역시 기업을 하는 확실한 철학이 있다. 바른 먹거리에 대한 바른 마음원칙이다. 이들은 풀무원의 존재이유를 “인간과 자연을 함께 사랑하는 로하스 기업”이라고 정의한다. 중요한 것은 이를 얼마나 현실에서 실천하느냐이다. 겉으로는 그럴 듯한 얘기를 하지만 실제가 다른 회사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겉과 속이 같은 회사이다. 난 강의를 다니면서 늘 직원들에게 여러 질문을 한다. 상태가 좋지 않은 회사는 직원들이 냉소적이다. 솔직한 피드백을 해 준다. 이 회사 직원들의 피드백은 명확하다. “우리 회사는 너무 엄격합니다. 먹거리 원칙에 관한 한은 절대 타협이 없어요. 법보다 회사의 원칙이 훨씬 강합니다. 법에서 허용한 첨가제를 넣으면 맛이 좋아지지만 절대 넣지 않습니다. MSG를 포함한 무첨가 원칙 때문입니다. GMO도 그래요. 이를 사용하면 원가 절감을 할 수 있지만 얘기도 꺼낼 수 없습니다.” 

개인이나 조직이나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나름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삼성은 사업보국이 철학의 하나이다. 풀무원은 바른 먹거리의 제공이다. 여러분의 철학은 무엇인가? 그 철학을 떳떳하게 사람들 앞에서 얘기할 수 있는가? 그 철학대로 살고 있는가?
* 칼럼에 대한 회신은kthan@assist.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