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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 Coaching Letter From CMI
 
   
 
 거 없는 낙관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늘 모든 일은 잘 될 것이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다 잘 되게 되어 있어. 누가 하는 일인데"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는 긍정심리학을 삶의 모토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모든 일이 술술 풀릴까? 생생하게 그리고 바라면 세상 모든 희망을 이룰 수 있을까? 난 동의하지 않는다. 지나친 긍정주의는 부정주의보다 더 위험하다. 아니 어떻게 세상 일이 바란다고 다 될 수 있단 말인가? 뭔가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간절히 바라고 원한다고 다 될 것 같으면 세상에 재벌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출판계에는 “베스트셀러를 낸 출판사는 망한다”는 속설이 있다.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과정은 이렇다. 가난하던 출판사에 갑자기 목돈이 들어오니 그 돈을 주체하지 못한다. 우선 사옥을 짓거나 구입하고 사옥에 맞게 직원들을 많이 채용한다. 마케팅비용도 많이 쓰고 주특기가 아닌 다른 분야에까지 진출한다. 한 마디로 살림이 커지는 것인데 그 바탕에는 지나친 긍정주의가 깔려 있다. 베스트셀러를 만든 자신감이 다른 일에서도 성공을 거둘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 일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이것저것 손을 대지만 성과는 나지 않고 늘어난 살림규모를 당해내지 못하고 결국 망하는 것이다. 

한때 잘 나가던 기업 중 지금은 사라지거나 어려워진 기업이 제법 많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과잉투자로 인한 것이 가장 많다. 왜 그럴까? "늘 잘 될 것이다. 아무런 장애가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다." 라는 가정하에 계획을 세웠는데 다른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세상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늘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예상보다 비용은 두 배가 들고, 시간은 그 이상이 소요된다. 갑자기 기름값이 뛰기도 하고, 핵심 인재가 빠져나가기도 하고, 송사에 휘말리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경쟁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퇴직자들이 놀긴 뭐하니까 음식점 혹은 커피숍을 냈다 알량한 퇴직금을 말아먹는 일이 종종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아무 준비 없이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아니 어떻게 이런 곳에서 이런 맛을 가진 음식점을 낼 수 있을까 신기할 정도이다. 뭐든 지나치면 좋지 않다. 긍정성도 그렇다. 뭐든 할 수 있다는 건 사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과 같다. 한국 사회가 힘들고 자살이 많은 것도 사실은 지나친 긍정주의 때문이다. 주제파악도 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저 높은 곳을 향해 전진하기 때문이다. 지나친 긍정주의가 위험한 것은 그걸 핑계 삼아 대충 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별다른 준비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다 운에 맡기기 때문이다. 난 긍정으로 무장하고 대충 일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면서 한 가지 일을 하더라도 철저하게 준비할 것을 권한다. 

나같이 기업강의를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리스크는 강의에 늦는 것이다. 그래서 난 늘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전에 도착하는 걸 목표로 길을 나선다. 미리 가서 분위기도 살피고, 강의관련 정보를 얻고, 어떤 내용으로 강의할지 구상도 한다. 한번은 연수원을 다른 곳으로 착각해 다른 곳을 간 적이 있는데 일찌감치 간 덕분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난 그런 면에서 김성근 감독을 존경한다. 그는 스스로를 지독한 비관론자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하게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세상 일은 알 수 없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럴 때도 살아남으려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플랜 B는 잘 나갈 때, 아무 문제가 없을 때, 평상시에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효과가 크다. 배가 기울기 시작했을 때,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하면 늦는 경우가 많다. 건강이 그렇다. 건강은 건강할 때 신경을 써야 효과가 크다. 뭔가 문제가 생긴 후 건강에 관심을 가져봐야 배가 떠났을 가능성이 높다. 구조조정도 그렇다. 사업 구조조정, 사람의 구조조정도 사업이 잘 나갈 때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성공에 취해 구조조정 대신 확장 전략만을 생각하기 쉽다. 사람을 마구 뽑고, 사업을 함부로 벌인다. 그러다 경기가 나빠지면 부랴부랴 뭔가를 한다. 플랜 B의 키워드는 미리미리와 준비이다. 일이 닥치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kthan@assist.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