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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 Coaching Letter From CMI
 
   
 
 기업 임원시절 많은 보고를 받았다. 난 보고를 하러 들어온 직원의 보고서 두께를 가장 먼저 살폈다. 두꺼운 보고서를 보면 한숨부터 나왔다. 그런 직원을 보면 짜증이 났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인내심을 갖고 듣는다. 하여간 서론이 길다. 무한경쟁 시대 운운하면서 온갖 사례를 늘어놓는다. 난 속으로 “그래서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 뭔데?”라는 생각을 한다. 아직도 요점은 등장하지 않았다.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난 결국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라고 묻는다. 결론은 해외출장을 보내달라는 것이다. 2월에 디트로이트에서 하는 모터쇼와 자동차관련 학회에 참석을 해서 선진국 동향을 살피고 싶다는 것이다. 알았다면서 돌려보낸다. 그렇지 않아도 그 친구는 선행관련 기술을 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우선해 해외를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럼 처음부터 출장 얘기를 하면 되지 않는가? 왜 얘기를 빙빙 돌리다 나중에 결론을 얘기하는가? 참으로 답답한 친구가 아닐 수 없다.

대기업 사장 비서를 오래한 사람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6년간 비서생활을 하면서 사장님 옆에서 수많은 보고를 같이 받았단다. 호기심에 난 “사장님의 인정을 받는 임원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이렇게 답했다. “두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보고를 할 때 결론부터 얘기한다는 겁니다. 사장님은 늘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질질 끌고 빙빙 돌리는 걸 아주 싫어합니다. 또 웬만한 업무는 꿰뚫고 있기 때문에 척 하면 바로 압니다. 보고를 듣고 본인이 동의하면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습니다. 추가로 궁금하면 그것만 물어보고 답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자기 패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사장님은 수많은 아젠다를 갖고 있고 보통 임원들보다 관리범위가 엄청 넓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안에 대해 명확한 자기의견이 있어야 합니다. 상황이 어떻고, 어떤 해법이 있고, 그 중 어떤 해법이 어떤 이유로 적합한지 줄줄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장님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말이 길거나 쓸데없이 여러 정보를 늘어놓고 사장님의 하명을 기다리는 임원은 깨집니다.” 

높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하루 종일 각종 회의와 보고에 시달린다. 그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내용이나 제목이 아니라 바로 파워포인트가 몇 장인지를 본다.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을 움직이지 못하면 게임은 끝난 것이다. 간결하게 핵심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보고가 끝난 후 상대로 하여금 “그래서 결론이 뭐야?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면 문제가 커진다. 근데 간결함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얼까? 우선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내용을 잘 모르면 중언부언할 수 밖에 없다. 온갖 정보를 다 늘어놓는다. 부하직원이 써 준 보고서를 갖고 와서 읽는 중간관리자가 그렇다. 비겁함도 이유이다. 자기 의견을 명확하게 했다 혹시 공격을 받지 않을까 두려워 두루뭉실하게 얘기하는 것이다. 관료적인 조직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들이 그렇다. 그들은 말을 길고 애매모호하게 한다. 말도 느리다. 그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답답하다.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듣고 보면 별 내용도 아니다. 뭘 저런 말을 저렇게 느리게 하는 걸까 의구심이 생긴다. 무엇보다 간결하지 못한 최대의 이유는 그들이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간결함은 전문성에서 나온다. 간결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를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 폭넓은 지식이 있어야 정확하게 요약할 수 있다. 간결함은 심도 있게 연구한 뒤 갖출 수 있는 그 사람만의 시각이자 관점이다. 간결하지 못한 이유는 본질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전체 내용을 일일이 전할 수 밖에 없다. 듣는 사람이 전체를 듣고 알아서 본질을 파악하란 얘기이다. 간결함이란 본질을 확실하게 파악한 후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다. 글도 그렇고 말도 그렇다. 길고 중언부언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말하는 사람이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는 얘기를 하려니 당연히 말이 길어지는 것이다. 

여러분들은 설교에 열광하는가? 설교가 좀더 계속되길 바란 적이 있는가? 대부분 사람은 설교가 빨리 끝나길 기도한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긴 회의, 말도 안 되는 설교, 결론 없는 보고이다. 모든 것이 간결해야 한다. 말도 글도 간결해야 한다. 간결함이 우리와 우리가 속한 조직을 구원할 것이다. 간결함은 현대인의 필수미덕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kthan@assist.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