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교육방송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간 적이 있다. 생방송인데, 사회자가 ‘아이를 리더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나에게 갑자기 묻길래, 나도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대답을 했다. “아이가 리더가 되길 원하면, 너무 자기 것 챙기라고만 하지 마세요. ‘빨리 가서 네 자리 챙겨! 늦게 가면 자리 없어!’ 이런 말하는 대신, 이렇게 말해보세요. ‘늦게 와서 자리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하지?’ 라고요.” 리더십은 내가 어떻게 하면 잘 될까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생각하는 게 기본이기 때문이다. 자기만 생각하는 리더 때문에 해악을 입은 경우가 많지 않은가? 사회자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던 기억이 난다.
리더십 전문가로서 미국에서 자녀를 키운 분의 경험담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힘든 유학생활에서도 초등학교 아들이 공부를 잘하는 게 큰 기쁨이었다. 수학도 과학도 뛰어나서 선생님이 칭찬 글을 보내오고, 상도 받아왔다. 하루는 이 엄마가 학교에 자원봉사를 갔다가, 반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단다. “얘들아, 친구들 중에서 누가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하니?” 아이들로부터 아들 이름이 나오기를 내심 바라면서 던진 이 질문에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A는 역사에 대해 모르는 게 없어요. B는 노래를 잘 해요.” “C는 게임을 하면 항상 이겨요. 똑똑해요.” 옆에서 듣던 다른 아이는 “D라는 친구 아세요? 걔는 엄청 웃겨주는데요, 천재예요!” 라고. 엄마는 속으로 많이 부끄러웠다고 한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게 자기보다 훨씬 훌륭하더라는 거다. 다양한 장점을 볼 수 있고, 한 사람만이 아닌 모두 인정받을 수 있다는 그 사고방식이 부러웠다.
이른바 ‘미인대회 패러다임’이라고 해서, 조직 내 경쟁과 상대평가에 기초한 시스템을 구축하면 단기적으로는 어떨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해가 된다. 극한 경쟁이 전체에게 득이 되는 경우는 스포츠 분야 정도라고 말한다. 경쟁 문화에 길들여지면 ‘빈곤의 심리’를 갖게 된다. ‘세상에 좋은 것은 한정되어 있어서 남이 잘 되면 내 몫이 줄어든다’는 시각이다. 잘 나가는 동창을 보면 우울해지는 것, 동료가 인정 받을 때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것 등이 빈곤의 심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런 부모들은 자녀에게 은근한 두려움을 조장하며 그걸 전수한다. “빨리 가서 좋은 자리 차지해야지. 네 자리가 없으면 어떡할래!” “바보야, 노트 필기한 걸 친구한테 그냥 주면 어떡하니? 네가 얼마나 노력한 건데…” 이런 분위기에서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려면 남을 무시하고 밟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상황적 논리를 내재화하는 자녀가 나온다. 빈곤의 심리의 반대말은 ‘풍요의 심리’다. 세상에 좋은 것은 많고 풍요로워서, 남이 성공하고 인정받아도 내 몫은 남아 있다고 보는 패러다임이다. 남을 질시하는 좁은 마음으로는 크게 성공할 수 없다. 리더십을 키울 수 없다. 아이들을 리더로 키우려면 빈곤의 심리에 사로잡혀 작은 경쟁의 틀에서 세상과 사람을 보도록 하면 안 된다. 더 큰 이슈, 더 큰 기여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하자. ‘네가 친구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부모가 자녀를 리더로 키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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