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보다 힘 센 사람과 거래하는 사회적 지능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기보다 높거나 힘이 센 사람과 거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선생님 앞에서
자기 생각을 말하거나, 의사 앞에서 증상을 설명하고 질문하는 것, 오해나
부당한 대접을 받을 때 권위 앞에서 자기 주장을 하고 설득하는 그런 능력은 공부 성적보다 훨씬 더 크게 그 아이의 사회적 성공을 좌우한다.
말콤 글래드웰은
책 <아웃라이어>에서 아이큐 190의 천재 남자가 재능을 살리지 못하고 평범하게 살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이 천재는 대학에 입학했지만 어느 학기에 어머니가 제때 장학금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보내지 않아서 장학금을 거절
당한다. 이어서 다른 불가피한 이유로 F학점을 받은 이후, 충분히 교수가 배려해 줄 만한 상황인데도 수업 시간을 조정하지 못해서 결정적으로 대학을 중퇴하기에 이른다. 아직도 그는 혼자 전문적인 분야를 공부하고 있으며,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을 못 봤다고 할 정도로 자기의 지적 능력을 잘 알면서도 평범하게 말을 키우며 살아간다. 재능을
꽃 피웠다면 훌륭한 연구 업적을 쌓았을 이 사람의 삶에 우연한 불운이 연속된 것 같지만, 글래드웰은
“이런 경우 다른 누군가는 상대가 자신을 이해하고 돕도록 설득”함으로써
이보다 더한 난관도 극복했음을 보여줌으로써, 지능보다 더 크게 성취를 좌우하는 요소를 생각하게 한다. 이 천재가 작은 어려움 앞에 너무 쉽게 자기 미래를 포기해버린 이유는 대부분 학교 당국이나 교수 등의 권위와
거래하는 과정의 문제였다는 거다.
심리학자 스턴버그는
실용지능(Practical Intelligence)을 ‘뭔가를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 언제 말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아는 것”을 포함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즉 이해하고 아는 능력이 아니라, 어떻게 표현할지 아는 ‘방법’에 관한 능력이다. 지능이 선천적 능력이라면, 실용지능은 후천적으로 학습된다. 그래서 어려서의 가정환경이나 부모의
태도와 관련이 깊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엄마는 늘 아이가 할 말을 대신 해 버린다. 의사가 묻는 질문에도, 선생님을
만날 때도 조금이라도 아이가 대답을 지체하는 것이 큰 폐를 끼치는 것인냥, 못 참고 대신 대답한다. 권위 앞에서는 묻는 말에만 대답하지 자기 의견을 펼치지 못하고, 관계에서
지나치게 거리를 두며, 돌아 나와서 불평하거나 체념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대는 어떨까? 어떤 부모는 아이들이 기꺼이 질문하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그걸 가치 있게 대접해 줌으로써 병원에서든 학교에서든 자기 얘기를 표현하는 것을 장려한다. 또한 부모 스스로가 권위 앞에서 스스럼 없이 의견을 나누고 친밀하게 대함으로써 ‘어떻게 거래하는지’를 배우게 하는 모델이 된다. 아이들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얌전히 굴어라.’고 강조하는 건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얼마 전 대기업
연수 담당자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외국계 기업과 인수 합병이 이루어져서 간부들의 합동 워크숍을 하는데, 15%에 불과한 외국계 기업 출신 간부들이 워크숍의 모든 논의와 발표를 주도하는 걸 보고 ‘한국형 엘리트’들의 현주소에서 자괴감을 느꼈다는 거다. 권위와 거래하는 능력이 어디 아이들에게만 필요하겠는가? 실용지능은
가정뿐 아니라 사회 문화의 산물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대에는 더더욱 지적 능력 외에 필수적인 실용지능을
갖추지 못하고선 바로 그 지적 능력을 펼칠 장도 얻기 어렵다는 엄연한 사실을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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