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작은 논문을
써야 하는데 시작도 제대로 못하고 씨름하던 중에 코칭을 받게 되었다. 코치에게 그런 고민을 말하였더니, “당신이 지금 그 주제에 대해 어떤 정도라고 생각하는가? 그 분야의
전문가는 누구인가?”를 물어본다. 하하.. 코치님이 참으로 나에게 꼭 필요한 질문을 해준 셈이었다. 그 주제에
관한 한 나는 박사과정 학생이었고, 전문가인 지도교수님이 계셨다.
학생이라는 생각에
왜 그렇게 마음이 편해졌을까? 교수님께 지도를 받을 생각을 못하고 뭔가 괜찮은 글을 써서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하! 내가 왜 이렇게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고 있지?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라고 생각하자 그 일이 훨씬 가볍게 생각되었다.
힘에 부치는 일은
도와달라고 누군가에게 요청해야 한다. 하지만 남이 나를 도울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혼자서 끙끙거리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몇 년 전 코액티브 코칭(Co-Active
Coaching)의 Certification 과정에 참여할 때의 일이다. 나를 빼고 모두가 외국인인 팀에서 6개월 정도 훈련을 받았는데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많았다. 과정의 마지막 학습 주제가 ‘도움을
요청하기(Asking for Help)’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걸 얼마나 어려워하는지, 우리 내면에 그걸 막는 방해물이 그렇게 많다는 것을
알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역량인지를 그때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은 흔히
‘나 혼자 할 수 있어.’ ‘내가 해내야 돼.’ ‘왜 내 일로 남을 귀찮고 수고롭게 해야 하지?’라고 생각한다. 어려서 늘 들어온 말이 ‘혼자 알아서, 스스로 해내라’는 말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렇게나 상호의존적인 세상에서 ‘나 혼자 해내겠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엄청나게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
도움을 요청하기가
왜 어려운가? <절대 혼자
먹지 말라 (Never eat alone)>의 저자인 키스 페라지(Keith Ferrazzi)에 의하면, 도움을 구하는 행위 자체가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인데도 어떤 사람들은 이를 단순한 부담 지우는 걸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위해 남의 수고나 시간을 요구할 만큼 내가 대단한 사람이 못 된다는 무의식적인 생각, 거절 당할까 봐
두려워서 차라리 참고 견디려는 소심함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단지 도와달라는 말을 하는 습관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기도 한다. 이유야 어떻든 남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는데, 혼자 고립적으로 떠안고 있다면, 이렇게 관점을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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