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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임원이 몇 달 동안 심혈을 기울였던 해외 프로젝트를 성과 없이 마무리하고 팀과 함께 귀국한 다음 날 회의를 가졌다. 그 임원은 팀원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최선을 다했고, 현지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잘 견뎌낸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수고가 참 많으셨습니다.” 책임 추궁을 각오하고 있던 팀원들은 이 따뜻한 인정에 고개를 숙였고, 얼굴에 떠오른 ‘면목이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읽은 그는 이어서 질문을 던졌다. “만약 지금 달력을 6개월 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었을까요? 제가 한 시간 후에 다시 오겠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생각을 정리해 주세요.” 그는 회의실을 나와 곧장 사장실을 찾았다. “사장님, 이번 프로젝트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전적으로 제 책임입니다. 지금 팀은 향후 방안을 논의 중이며, 곧 정리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사장은 조용히 말했다. “팀원들이 많이 지쳤겠네요.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너무 실망하지 마시고, 이번에도 이 친구들에게 다시 맡겨봅시다.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 저도 기대가 되네요.” 사장의 신뢰 어린 말에 다시 마음을 잡을 수 있었던 그가 한 시간 뒤 회의실로 돌아왔을 때 본 것은 팀원들이 플립 차트에 빼곡하게 정리한 문제의 원인과 적용 가능한 해결책들이었다. 그 순간 그는 느꼈다고 한다. ‘아, 이 팀은 스스로 해낼 수 있겠구나.’ 임원으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코치로서 궁금한 것 하나가 있었다. “사장님께 혼자 보고하셨는데,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그는 답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책임을 실무자에게 넘기기보다, 제가 먼저 감당하는 것이 떳떳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대로 성공했다면, 그때는 팀원들과 함께 보고드리며 그들의 War Story를 사장님과 즐겁게 나눴을 겁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팀을 만나기 전,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코치님이 내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WWCD - What Would Coach Do?’ 이 질문 하나가 제게 큰 통찰을 주었습니다.” 그는 코칭을 통해 세 가지 중요한 가치를 떠올렸다고 했다. 1. 코칭은 과거를 되돌아보기보다, 바라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2. 팀이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코칭의 본질이다. 3. 질책보다는 인정과 격려가 사람을 움직인다. 시간이 지난 후, 그 프로젝트가 다시 추진되어 좋은 결과를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리더는 팀원들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스스로 고민하게 이끌었고, 팀원들은 리더의 신뢰와 심리적 안전 속에서 열린 마음과 열린 사고로 다시 프로젝트에 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 역시 그날의 대화를 통해 깊은 배움을 얻었다. 코칭의 큰 유익 중 하나는, 코치가 고객으로부터 더 많이 배운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만나는 리더들은 나의 살아 있는 교과서이다. 이것이 코칭의 힘이며, 코치로서 누릴 수 있는 진정한 특권이 아닐까? 가정법은 창의적인 질문을 열어준다. “만약 내가 사장이라면 어떻게 할까? What Would CEO do?” 질문 하나가 한 사람의 리더십을, 하나의 팀을, 그리고 하나의 결과를 바꿀 수 있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jwcc509@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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