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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에 있는 부자들 중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부자들이 많다. 지인 중 한 사람은 70살이 넘었고 집안일을 힘들어하면서도 파출부를 쓰지 못한다. 의심도 많고 타인이 와서 일하는 게 맘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부자는 책을 사거나 뭔가를 배우는데 돈을 못 쓴다. 어떤 부자는 옷 사는 걸 아까워해 늘 후줄근하게 다닌다. 지금처럼 쓰면 틀림없이 죽기 전에 돈을 다 쓰지 못할 것 같은데 왜 그럴까? 돈 쓰는 걸 보면 그가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나 역시 그러하다. 난 어디에 돈을 쓰고 있을까?


첫째, 시간을 사는 데 돈을 쓴다. 난 기업 강의를 많이 하고 연수원은 주로 서울 근교에 있다. 대부분 회사들은 차를 보내주는데 간혹 배차를 안 해주는 경우 나는 기사 딸린 렌터카를 이용한다. 대부분 용인, 송도, 수원, 부천 등 서울 근교이고 운전하면 1시간도 걸리지 않지만, 난 자가운전 대신 모든 걸 렌터카 기사에게 맡긴다. 그럼 차 안에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전화도 하고, 강연도 듣고, 피곤할 때는 잠도 잘 수 있다. 골프를 치러갈 때도 렌터카를 자주 이용한다. 라운딩 후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을 차 때문에 포기하기 싫기 때문이다.


둘째, 노동력을 산다. 난 세차를 하지 않는다. 미국에 살 때는 공기가 맑아 며칠 세차를 하지 않아도 지장이 없었지만 먼지가 많은 한국은 며칠만 차를 안 닦아도 봐줄 수가 없다. 지금 아파트에는 저렴한 가격에 매일 세차를 해주는 분이 있어 오랫동안 이용하는데 가성비가 최고다. 싼 가격에 늘 차는 번쩍번쩍하고 눈이 오는 날은 눈까지 치워준다. 차 내부도 청소해 준다. 또 집안일을 도와주는 분이 일주일에 이틀 정도 오고 있다. 함께 한 지 10년 이상 되어 거의 가족 같은 존재다. 요즘은 반찬도 해주는데 난 그분이 해주는 음식을 좋아한다. 그분이 온 날 집에 들어가면 새 집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셋째, 책을 사고 교육을 받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잘 되는 기업은 신제품이나 연구개발에 비용을 많이 쓴다. 개인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속 본인을 업그레이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근데 대부분은 책 한 권 읽지 않고 대학 졸업 후 제대로 된 교육 한번 받지 않으면서 뭔가 잘 되길 기대하는데 정말 말이 안 되는 바람이다. 난 스스로를 끊임없이 갈고닦는 걸 목표로 산다. 몇 년 전엔 4.5일짜리 강점 교육에 기백 만 원을 투자한 적도 있다. 적은 돈이 아니지만 보람이 있었다. 내 강점인 수집과 배움, 최상화(Input, Learning, Maximize)가 내가 하는 일과 잘 맞는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책도 대충 느낌이 오면 마구 산다. 한자에 관한 책을 쓸 때는 관련 책을 50권은 산 것 같다. 난 공부 하는 데 많은 돈을 쓴다.


넷째, 선(先) 투자를 즐긴다. 10년째 하는 헬스 코칭이 그렇다. 아내와 둘이 기백 만 원을 선결제하고 아무 생각 없이 몇 달간 코칭을 받는다. 처음 투자할 때는 조금 아깝고 비싼 거 아닌가 생각도 했지만 며칠만 지나면 내가 돈을 냈다는 사실조차 잊고 운동을 즐긴다. 가끔 받는 마사지도 그렇다. 갈 때마다 돈을 내는 것보다는 20회 권 정도를 끊고 즐기는 편이다.


다섯째, 남들에게 뭔가 주는 걸 좋아한다. 주는 것도 좋아하고 받는 것도 좋아한다. 요즘 카톡에 생일을 맞은 사람들 얼굴이 뜬다. 잊고 있었는데 그걸 보면 그 사람 생각이 난다. 그냥 안부를 묻는 것보다는 커피 쿠폰이라도 보내면서 안부를 물으면 끊겼던 관계의 길이 다시 연결되는 기분이다. 2~3만 원 정도의 작은 선물로 안부를 주고받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선물도 많이 받는데 대부분 주변 사람과 나눈다. 관계는 길과 같아서 다니지 않으면 잡초로 우거지는데 이런 작은 선물은 새롭게 길을 내는 것과 같다.


얼마 전 지인 부탁으로 몇 명의 젊은이들과 독서토론회를 진행했다. 자기들끼리 돈을 모아 장소를 섭외했고 끝난 후엔 식사까지 대접하겠다고 한자리다. 근데 그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들에게 아무것도 받고 싶지 않았다. 힘든 그들에게 밥을 얻어먹으면 체할 것 같았다. 즉흥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근처 고깃집에 가서 고기를 사줬다. 그들은 미안해했지만 사실 나는 그들이 고마웠다. 나 같은 아저씨의 책을 사서 읽고, 찾아와 질문하고, 얘기를 들어줬기 때문이다.


끝이 보이는 나이가 되니 돈을 버는 것보다 돈을 잘 쓰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여러분은 현재 어디에 돈을 쓰는가? 제대로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돈 쓰는 것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하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hans-consulting.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