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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글렀어.” 요즘 2030 사이에서 어렵지 않게 들리는 말이다. 이 말은 어떻게 들어도 서글프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열심히 할 필요도 없고 더 이상 노력할 필요도 없다는 의미로 귀결된다.


지금의 50대가 어렸을 땐 이런 말이 유행했었다. “이미 버린 몸.”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이미 버린 몸’이라는 표현에서는 ‘포기’ 뿐 아니라 일말의 희망도 느껴진다. ‘이미 버린 몸’이니 더 버릴 게 없다는 의미가 있다. 바닥을 쳤으니 이제는 올라갈 길만 남았다는 자조 섞인 희망이 있다.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으니 돌아서서 싸워보자는 일종의 기개가 있다.


“난 이미 틀렸어. 먼저 가.”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앞 차에 쓰여있는 이 글을 보고 한참 웃은 기억이 난다. 이 말은 웃프다. 이 말에는 결정론적인 ‘포기’와 달리, 배려와 유머가 있다. 난 천천히 내 페이스 대로 갈 테니, 넌 먼저 앞서가라는 것이다.


“갓생.” 최근에 들은 말은 바로 이것이다. MZ 세대나 더 젊은 친구들이 매일 밤 다짐한다는 갓생은 신을 뜻하는 ‘God’과 ‘生’이 합쳐진 말이라 한다. 하루하루 나의 계획에 따라 열심히 사는 것. 나 자신에 집중하며 스스로 정한 목표를 매일 성취하고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는 것이라 한다.


‘이번 생은 글렀어’라는 말이 서글프다면, ‘이미 버린 몸 ‘이 자조 섞인 희망이고, ‘난 이미 틀렸어. 먼저 가.’가 웃프다면, ‘갓생’에는 짠하지만 성장에 대한 희망과 새로운 시도가 보인다. 그래서 다행이다.


요즘 TV에서는 타임 슬립이라는 주제가 자주 나온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 가서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을 구해서 운명을 바꾼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만약 진짜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할까? 글쎄… 아마도 있는 돈 모두 끌어모아 부동산을 사지 않을까? 주식도 사고 싶지만 어느 타이밍에 사고팔아야 할지 자신이 없어서 심한 결정 장애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상하게 과거에 대해서는 미련이 남는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 그러다 〈퓨처 셀프〉 (2023)라는 책을 읽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과거가 현재의 의미를 만드는 게 아니라, 현재가 과거의 의미를 만드는 것이다.”, “미래의 나와 연결되면 현재를 수용하고 사랑하며 그 가치를 인식할 수 있다.”


지금 내가 답을 해야 할 질문은 ‘과거로 돌아간다면’이 아니다. 오히려 ‘30년 후 미래의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온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30년 후 미래의 내가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온다면 정말 무엇을 할까? 부동산을 사러 갈까? 아니면 주식? 아니다. 제일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바로 90세가 넘은 어머니의 얼굴이다. 30년 후 미래에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얼굴. 아직도 내게 폭풍 잔소리를 하시는 목소리. 혈액 순환이 안 돼서 울긋불긋한 팔과 다리. 굽은 허리… 미래에서 돌아온다면 지금 쓰고 있는 글을 덮고, 읽고 있는 책들을 모두 던져버리고 아직 살아 계신 어머니께 제일 먼저 달려갈 것 같다.


당신이라면 어떨까? 30년 후 미래의 당신이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온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 칼럼에 대한 회신은 jyyoon7@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