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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들고 함께 뛰어라”. 작년 내한한 피터 호킨스 박사의 ‘시스테믹 팀 코칭 인증 프로그램’을 들은 후 내 가슴에 새겨 놓게 된 한 줄이다. 조직개발 대가인 피터 호킨스 박사는 코치들을 구체적 상황에 몰아넣고 즉석 피드백을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공항 라운지에서의 코칭 시연 장면이었다. 글로벌 대기업 A가 스타트업 B사를 인수합병한 가상 상황.


A사에선 인수 합병한지 3개월 만에 B사에 ‘show me the money’ 하며 수익 증대 대책을 내놓으라고 압박 중이다. “여러분이 코치로서, A사 회장에게 보고를 앞둔 B사 사장을 코칭 한다면 어떤 조언을 하겠습니까. 주어진 보고 시간은 10분, 장소는 목적지 경유차 들르는 공항입니다.” 아이디어가 속출했지만 호킨스 박사는 계속 고개를 저었다. 그의 대답은 “어떤 보고보다 강력한 것은 탑승시간에 쫓기는 회장을 위해 같이 가방 들고 뛰는 것입니다.”였다. 한국 코치들이 “가방 모찌(가방을 메고 따라다니며 시중을 드는 사람이란 의미의 일본식 용어) 아부는 글로벌 매너인가 봅니다.”라며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자 그는 정색을 하며 “B사 사장이 가방 들고 함께 뛴다는 것은 단지 짐을 들어주는 부하의 의미가 아닙니다. 상대와 짐을 나눠 들고, 미션을 함께 이루겠다는 공동 수행자(co-missioner)로서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순간 죽비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가방 모찌와 공동 수행자는 매사에서 천양지차일 수밖에 없다.


필자는 전직 언론인으로서 기업 경영자를 만나볼 기회가 많았고 장수 경영자들의 성공 비결을 물으면 빠지지 않는 것이 상사 경영이었다. S 회장은 “직장 생활 내내 넘버원 목적은 상사를 잘 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와 합이 잘 맞지 않으면 그 치하에서 벗어나고자 그분의 빠른 영전을 위해 노력했고요(웃음), 나와 합이 잘 맞으면 충성하기 위해서라도 잘 되게 하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했지요.”라고 털어놓았다.


조직 경영하면 흔히 팀원을 이끄는 리더십만 생각한다. 상사 경영이란 말조차 어색하다. 보스 매니지먼트, 리딩 업(Leading up)이란 어엿이 리더십의 한 장르지만 국내에선 번역이 애매할 정도로 금기어이거나 소외 영역이다. ‘그렇게 하면서까지...’라며 비굴하거나 문고리 권력의 음험한 막후 조종으로 오해한다. 상사 경영은 직책이 낮을 때보다 올라갈수록 오히려 더 중요하다.


‘수치(數値)가 나쁘면 수치(羞恥)를 당하는 게 조직 진리’라면 ‘수치만 알아도 수치를 당하는 게 조직 생리’다.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상사를 다루는 일은 부하의 책임이고, 관리자로서 자기 자신이 유능하느냐 무능하느냐를 결정짓는 열쇠라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다. 관리자로서 상사 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란 이야기다.


자, 리더 여러분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가방 들고 함께 뛸 준비가 되었는가. 2024년도 하반기가 시작됐다. 피터 드러커가 제안한 ’상사 경영‘에 기반한 성찰 질문으로 새 출발의 신발 끈을 단단히 조여매 보면 어떻겠는가.


-상사가 필요로 하는 것과 방해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올바른 정의의 관리자란 자기 자신의 실적에 영향을 주는 모든 사람의 실적에 대해 책임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관리자의 실적에 영향을 주는 첫번째 사람이 상사이며 따라서 상사의 실적을 관리자가 제일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


-상사가 선호하는 소통 방식, 일하는 방식을 파악해 대응하는가?: 상사마다 특유한 버릇이나 기질이 있고 듣기 좋아하는 말과 듣기 싫어하는 말을 갖고 있다. 예컨대 매월(주) 정기적 보고 방식을 바라는가 아니면 보고할 일이나 토의할 일이 있을 때마다 건(件) 바이 건 보고 방식을 바라는가. 구두 설명을 바라는가, 완벽한 보고서를 선호하는가 등등.


-상사의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 해주고자 하는가?: 관리자의 과제는 상사의 장점을 포착해서 효과를 보게 하고, 그들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것이다. 팀원에게 강조되는 방식이 상사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blizzard88@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