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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집 정리업체를 써서 집을 정리했다. 좀 넓은 아파트이긴 하지만 정리 비용이 거의 천만 원이 들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는데, 친구가 가장 가치 있게 쓴 돈이 그것이었다고 해서 한 번 더 놀랐다. TV에서 나오는 집 정리 솔루션 프로그램 같은 건가? 친구는 말했다. 버리는 것도 폭력적이지 않더라. 일단 물건을 다 내놓고, 추억도 되새기고 간직할 것과 버릴 것을 분류한다. 버릴 것, 남들에게 줄 것, 판매할 것도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내놓았단다. 자녀들과 함께 하는 그 시간이 좋았고 옷과 물건을 더 소중하게 대하게 되었다. 물건을 살 때 신중해졌다. 예전엔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갈 때 마음이 산란했는데 이젠 집이 좋아졌고, 자신이 소중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버리고, 선택하고, 집중하라

지난 연말, 한 해를 돌아보니 하지 못한 일들이 마음에 남았다. 더 챙기지 못한 일과 잘 살피지 못한 관계들. 열심히 산 것 같지만 아쉬웠다. 원인을 생각하니 에너지 부족이었다. 꼭 해야 할 일만 간신히 마무리했고, 마감시한이 있는 일은 임박해서야 시작했다. 습관의 문제라기보다는 남아있는 에너지가 부족했던 탓이다. 왜 에너지가 부족했을까? 정리가 안 된 집처럼 산만했기 때문이 아닐까? 시스템의 무질서는 높은 엔트로피와 에너지 손실로 나타난다. 아마도 친구의 집 정리는 질서를 높이고 엔트로피를 낮추어 에너지를 충전시켜주었을 것이다. 어지러운 물건도 시각적 소음이다.


사람들은 의지력을 찬양하지만, 의지력의 수명은 배터리같이 유한하다. 의지력이 바닥나면 자동화된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새해 결심을 할 때는 더할 것들보다 빼야 할 것들을 먼저 생각해야겠다. 책 원씽(The One Thing)의 저자는 말한다. 훌륭한 성공은 마치 도미노처럼, 선형으로 시작된 것이 기하급수적으로 변하는 것과 같다고. 성공이란 가장 많은 일을 해내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을 정의하고 여기에 집중하는 데 달려 있다고. 그래서 할 일 목록 대신 성공 목록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가장 중요한 질문, 올해를 어떤 해로 만들고 싶은가?

균형이란 말을 들을 때, 사람들은 보통 천칭 저울의 이미지를 생각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우리의 균형의 이미지는 쇼트트랙을 도는 선수나 서핑하는 사람처럼 중요한 한곳에 완전히 기울였다가 돌아오는 동적인 균형이다. 중요한 일에 완전히 몰입하고, 나머지는 뒤에 두는 습관, 무의식적으로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서 우선순위에 집중하는 데 우리의 주도성이 있다.


신년에 계획을 세울 때 가장 먼저 질문할 것은 ‘올해를 어떤 해로 만들고 싶은가?’, 그것을 위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무엇인가?’이다. 나의 경우 올해는 영향력의 해라고 이름 붙여 보았다. 많은 강의와 코칭, 원고 집필 요청을 다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에너지의 한계를 인식하고 가장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의지력이 높을 때 가장 중요한 일을 먼저 하는 습관을 만들자. 그래서 이 청룡의 해가 저물 때에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것의 달성을 기준으로 평가해 보자.


여러분은 새해를 어떤 해로 명명하고 싶은가? 그것을 위해 가장 집중하고 싶은 분야는 무엇인가?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elenko@kookmin.ac.kr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