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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는 사람은 이길 수 없고, 이기는 사람은 포기하지 않는다(Quitters never win, Winners never quit)는 격언을 나는 좋아했다. 하지만 버티고 계속하는 것만이 최선일까? 1974년 32세의 노장 무하마드 알리가 당대 무적 헤비급 챔피언인 24세 조지 포먼을 쓰러뜨린, ‘킨샤사의 기적’ 경기는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장면으로 꼽힌다. 알리는 이후 7년을 더 선수로 링에 올랐는데, 경기력과 체력이 떨어져서 사람들이 만류했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고, 비참한 패배가 이어졌다. 그렇게 맞은 수많은 펀치가 파킨슨병을 악화시켰다. 할 가치가 없는데 계속한 결과는 뻔하다.


더 가치 있는 일에 투자하려면 그만 둘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커리어를 전환하는 데는 멘토인 한근태 코치의 조언이 작용했다. 그 즈음 한 코치는 배우는 것도 없는데 왜 계속 다니느냐고 내게 압박질문을 하고 그만두라고 조언했다. 솔직히 그 직장은 나의 안전지대(safe zone)였다. 익숙하고 편안했지만 발전은 없었다. 어느 날 속 시원히 사표를 쓰고 돌아서 나오는데 마음이 가볍고 자유로웠다. 그때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박사학위 취득도, 코칭경영원 설립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만 둘 수 있는 지혜

에베레스트 등반가들이 세계 최고봉에 오르는 훈련에는 반환시간, 즉 반드시 하산을 시작해야 하는 시간을 엄수하는 게 포함된다. 이걸 어기면 정상에 올랐다 해도 하산 시 사망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상을 단 몇 백 미터 앞에 두고 돌아서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 세계적인 등반가 롭 홀은 이를 철저히 지켰지만, 딱 한 번 이를 어긴다. 동료의 정상 정복을 이뤄주려고 정상에서 3시간을 더 기다렸는데, 결과는 두 사람 모두의 사망이었다(큇, 애니 듀크, 2022).


사업도 그렇다. 늘어나는 투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이익이 나오지 않고, 경쟁자를 앞설 수 없음이 자명해져도 사람들은 그만두기를 어려워한다. ‘글리치’ 창업자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벤처 사업으로 투자를 많이 받았다. 사업이 그런대로 성장했고 투자금이 600만 달러가 남아 있었지만 어느 날 그는 사업을 접기로 결심하고,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었다. 신규 고객 확보 비용이 감당 못하게 늘어나는 일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생산성 향상 앱인 슬랙을 개발해 성공했다. 우리는 중간에 그만두면 아주 멈출까 봐 두려워하지만, 그만두지 못하기 때문에 아주 멈추게 되는 경우도 많다.


쉽게 그만두지 못해서 코치가 필요하다

그만두기 어려운 이유가 많다. 목표에 대한 집착도 그중 하나다. 마라톤 뛰다가 부상을 당했는데, 결승점까지 무리하게 달려서 아예 마라톤을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그 예다. 그만둔 다음 상황이 불확실한 것도 이유다. 또 매몰비용, 즉 쏟은 돈과 노력, 시간이 아까워서 포기 못하기도 한다. 어떤 일을 몇 년 간했고 얼마나 투자했는지는 사라진 비용에 불과하고, 계속하는 게 새로운 투자인데 말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 아닐까. 문제 있는 관계라고 하면서도 쏟은 정이 아까워 끊지 못하면 더 고갈된다. 주식 시장에서 손해를 볼 때도 파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손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계속 보유한다. 안 파는 것은 그만큼 더 사는 것과 같다. 현상 유지 편향, 손실회피 편향 때문이다. 때로는 실패가 확실한 일에 더 고집스럽게 집착하기도 한다. 줄지 않는 줄에 계속 서서 기다리는 것, 미국의 베트남전처럼 이길 수 없는 전쟁을 계속하는 것, 모두 그런 예다.


행동과학자 데니얼 카너먼은 잘 그만두려면 ‘진정으로 사랑하지만 감정 상하는 말을 서슴없이 해주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애니 듀크는 ‘그만두기 코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상황에 떠밀려서 그만두고 나서야 친구로부터 ‘잘했다, 진작에 그런 게 나았어’라는 말을 듣는다. 그들은 묻는다. 왜 진작 말해주지 않았느냐고. 사람들은 똑같이 대답한다. 당신 마음을 상하게 할까 봐 그랬다고. 그래서 그만두기 코치는 상대의 장기적인 행복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 들어야 할 말을 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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