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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의 일이다. 새롭게 출시한 제품이 시장에서 반응이 좋아 예상했던 것보다 매출이 5배 이상 늘었다. 수십 나노미터(nm) 크기의 불순물을 측정할 수 있는 독보적인 기술이 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판매한 제품을 서비스할 기술자들이 더 필요했다. 서비스 담당 정이사에게 내부에서 지원자를 찾으라고 지시하고 2주를 기다렸지만. 기대와 다르게 지원자가 없었다.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야 될 것 같은데요?” 정이사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라고?” 순간 욱하고 섭섭함이 올라왔다. 직원들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발동했다. 평소에 직원들을 위해 급여나 근무환경을 개선하려고 애쓴 내 노력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하니 속이 쓰렸다. 직원들 위해 지나치게 잘해주려고 애쓰지 말라는 동료 사장들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 직원들은 좀 다를 줄 알았는데….” 내 표정을 살피던 정이사가, 직원들이 신 제품 서비스가 위험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고위험물로 분류된 케미컬에 있는 불순물을 측정하기 위해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도 있기 때문이다.


그 말에 더 화가 났다. “아니 인센티브를 준다면 위험한 일도 하겠다는 말인가?” 인센티브로 직원들의 안전을 구매하겠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안전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하며 직원들의 안전을 강조해온 내 노력이 도전을 받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지켜본 직원들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혼란스러웠다. 급여가 조금 적더라도, 회사 분위기가 좋아서 일하겠다고 말하던 직원들이었다.


사무실 유리창 밖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 모습이 보인다. 만약 인센티브가 없다면, 그들은 더 이상 열심히 일하는 것을 멈출까? 아니면, 인센티브와 상관없이, 자기 일이 좋아서, 혹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계속 최선을 다할까? 내가 이기적인가 아님 순진한 것인가?


새뮤얼 보울스는 “도덕 경제학 (Moral Economy)”이란 책에서 어린이집 사례를 소개한다. 이스라엘의 6곳의 어린이집에서 늦게 자녀들을 데리러 오는 부모들에게 벌금을 부과하자 오히려 지각하는 부모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벌금을 폐지해도 그 숫자가 줄지 않았다. 벌금을 내면서, 교사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부모들의 도덕적 의무감이 사라진 것이다.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상을 주기 시작하면 더 이상 책 읽는 재미를 잃어버리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보상이나 벌금 등 경제적인 인센티브는 사람들의 이타적인 본성이나 선한 동기를 촉진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이사에게 안전에 대한 걱정을 해소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을 초대하여 현장과 제품의 안전을 다시 꼼꼼하게 점검하고, 필요한 투자와 교육을 하라고 지시했다. 나도 직접 현장을 방문해 작업과정을 관찰했다. 앞으로 신제품이 회사의 주력 상품이 될 것이고, 기존 제품에서 신 제품 서비스로 인원과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그리고 현장 서비스는 주말이나 밤에도 이루어질 수 있는 힘든 일이 될 것이지만,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 일을 먼저 맡기게 될 것이라고 알려줬다. 그런 노력의 덕택인지 지원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인센티브의 시즌이다. 직원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한다. 선물 없이 선한 의도에만 의존한다면 그들은 회사를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기적인 행동할 것이다. 나의 이기적인 선물이 그들의 선한 의도를 인정하고 북돋을 수 있는 선물이 되길 기대한다.


날씨가 춥다. 나도 선물이 필요하다는 걸 그들은 알까?

* 칼럼에 대한 회신은 jongkim1230@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