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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은퇴하고 코치의 길로 들어선지 벌써 3년이 지났다. 돌이켜 보면 은퇴 후 새로운 업(業)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코칭을 배우고 행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끼고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세컨드 스테이지의 축복임에 틀림없다. 회사 다닐 때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몰입이었다. 코칭에 대한 몰입이 현재 코치인 나를 있게 해주었고, 그것은 나에게 큰 안도감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나에게 많은 배움과 성찰을 갖게 해준 멘토 코치님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코치가 된다는 것은, 스스로 먼저 성찰하고 자기관리를 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견지해야 한다. 매일 잘못 길들여진 습관과 이별해야 했고, 코치로서 새로운 습관을 바로 세우기 위해 자기 체크표를 만들어 수시로 점검했다. 이때 ‘작고 쉬운 변화가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몸소 느낀 것이 바로 “그렇군, 그렇네요”를 항상 입에 달고 사는 것이다.


무릇 대화의 출발은 상대방에 대한 ‘인정과 공감’인데, 지난 30여 년간의 회사 생활에서는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그러지 못했다. 자기주장과 자기 확신이 앞서 상대방이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불쑥 “그게, 아니고!”가 먼저 나온 것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래서 코칭 공부를 시작하고 제일 많이 되뇌었던 말이 “그렇군, 그렇네요”였다. 하루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혼자서 옛일을 반성하며 수도 없이 “그렇군, 그렇네요”를 입에 익히기 위해 외치고 또 외쳤다.


놀랍게도 이 작은 말 한마디가 가족 분위기를 싹 바꿨다. 특히 아내와의 대화가 엄청 쉽게 풀렸다. 예전에는 아내가 무슨 말을 하면 인정, 공감은 아예 뒷전이고 내 의견이나 생각부터 먼저 말을 해야 직성이 풀렸는데, “그렇군, 그렇구나”를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후로 아내에게 “코치가 되고 인간이 다 됐네. 이제 얘기가 좀 통하네”라는 말까지 듣게 되고, 대화도 부드럽게 그리고 자주 하게 됐다. 아들, 딸의 얘기에도 귀를 열고 마음으로 듣게 됐으며, 암튼 코치가 되고 난 뒤 인간이 된 것임은 틀림없다.


비즈니스 코칭 현장에서도 이 말의 효과는 엄청 컸다. 피코치의 말을 좀 더 깊이 있게 듣게 되자 코칭 대화가 잘 풀렸으며, 피코치의 변화에도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었다.
한 번은 어느 대기업 임원을 코칭하게 되었는데, 이 분은 나처럼 자기주장이 엄청 센 분이었다. 2주간의 코칭에서 모든 대화의 출발점을 “그렇군, 그렇구나”로 하기로 했다. 2주 후, 다음 코칭 세션을 위해 나를 픽업한 비서가 “코치님, 우리 팀장이 바뀌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죠?”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사무실로 올라가니 팀장의 직계 조직인 기획그룹장이 “우리 팀장이 많이 바뀌었고 참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단지 변화를 위한 실행 과제로 “그게 아니고”를 절대 쓰지 말고, “그렇군, 그렇구나”를 많이 쓰라는 것뿐이었음에도 말이다.


우리 아내는 이 사건을 ‘인간 진화’라 부른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끝없이 진화해 왔고, 향후에도 진화를 거듭해야 하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당신도 은퇴 후 살기 위해 진화를 하고 있다고 농담조로 던지는 말이지만, 그 말에도 나는 이렇게 답한다.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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