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워런 버핏은 그의 전용기 조종사에게 말했다. “자네도 워런 버핏을 태우고 여기저기 다니는 것보다 더 큰 꿈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러자 워런 버핏은 말했다. “내가 효과적인 방법을 가르쳐 줄게. 우선 지금 자네에게 중요한 목표 25개를 적어보게. 다음 곰곰이 생각해보고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다섯 개의 목표에 동그라미를 치고, 마지막으로 동그라미가 없는 20개의 목표에 대해서 신중하게 생각해 보게. 무슨 일이 있어도 그 20개는 피해야 해. 그것들이 정말 중요한 자네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결정적인 방해물들이지. 자네의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아서 정말 중요한 일을 못 하게 하는 것들이야.” 머리를 절로 끄덕거리게 만드는 지혜가 아닌가? 필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리더십 교육을 마치고 기념품으로 플래너를 받아 사용하기 시작했다. 플래너 한쪽 페이지에는 To-Do-List, 맞은편 페이지는 일일 소감을 기록하는 공간이 있었다. 이후 아침마다 한 15분 정도 전날의 반성과 To-Do-List를 작성하면서 목표를 좀 더 확실하게 하고, 급한 일과 급하지 않은 일을 구분하며 업무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음을 느꼈다. 매일 내가 기록하는 일의 수는 약 15개. 매일 마쳐야 할 일도 있고 급하지는 않지만 해야 할 일도 있었다. 몇 달을 기록하며 관찰해보니 계속 리스트에 올라 가지만 시작하지 못하거나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는 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몇 달 동안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일들이 왜 리스트에 올라갔을까? 그 중 한두 개는 긴 안목으로 보면 꼭 해야 할 일이었고 나머지는 별로 할 필요가 없거나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었다. 어떤 일은 단편적인 정보를 토대로, 어떤 일은 일시적인 충동으로 리스트에 올려졌고, 또 어떤 일은 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또 어떤 일은 직원들이 나태해 보이는 것 같아서, 또 어떤 일은 나를 골탕 먹인 다른 부서의 약점을 찾기 위해서 리스트에 기록되었다. 바빠서 하지 못했기에 망정이지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그 일들을 했더라면 나 자신, 부하, 그리고 회사에 큰 해를 끼쳤을 것이다. 그리고 플래너에 기록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주 오랫동안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종종 했을 것이다. 그 후 나는 To-Do-List를 작성할 때 조금 더 신중하게 나의 목표를 점검하기 시작하였고, 해야 할 일의 숫자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또 내가 한 일도 살펴보며 과연 그 일들을 꼭 해야 했는지, 할 필요가 없는 일인데 공연히 시간을 낭비한 적은 없는지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일을 제대로 하는 것(Do things right)’과 ‘올바른 일을 하는 것(Do the right things)’의 차이에 대해서 늦었지만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조금 더 일찍 그 리더십 교육을 받고 플래너를 사용했더라면 나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했을 것이고 여유 시간은 더 보람이 있는 곳 – 예를 들어 부하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것 – 에 투입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외면적인 목표 – 매출 증대, 해외시장 개척 – 에 어떤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을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분명히 훨씬 더 행복하고 보람있게 직장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sskimpt@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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