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9월에 '포르투갈에서 18개월 살아보기’를 마치고 귀국했다. 90년대 중반부터 한 6년동안 회사의 포르투갈 공장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당시 아내와는 가끔 '나중에 우리 은퇴 후 몇 년 이곳에 와서 살면 정말 좋겠지?'라는 농담을 주고받곤 했는데 우리 둘 중 우리가 은퇴하고 포르투갈에 살게 될 것이라는 것을 믿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후 약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고 어느 순간부터 우리 부부는 다시 '우리 포르투갈에서 몇 년 살다 오면 어떨까?" 하는 농담을 주고받기 시작하였고, 그 농담은 꿈이 되고, 다시 계획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그런데 과연 어떻게 포르투갈로 이사를 갈 수 있을까? 여기저기 알아보니 아무리 간단하게 준비해도 비자를 받고, 집을 구하고, 은행, 의료보험, 자동차 등등 생활에 꼭 필요한 크고 작은 일이 한 3~40가지 정도는 되는 것 같아 '과연 1~2년을 가서 살려고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곤 하였다. 결정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던 우리는 2018년 가을 관광 겸 현지답사 겸 포르투갈 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 여행 중 우리가 살 집 후보도 몇 군데 둘러보게 되었는데 이것이 우리의 결심을 굳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집을 보고 나서 우리는 비로소 구체적으로 우리가 포르투갈에서 영위할 삶을 그려볼 수 있었다. 그 그림은 재미있는 퍼즐의 되었고 나는 한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퍼즐의 그림이 조금씩 완성되는 희열을 느끼곤 하였다. 이 준비 기간은 나중에 포르투갈에서의 생활 못지않게 내게 즐거움을 안겨주었고 우리는 여행을 다녀온 지 4개월 만에 포르투갈로 이주할 수 있었다. 나는 현역 시절에도 목표를 어떤 식으로 그리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는 경험을 하곤 했다. 그런데 목표를 구체적으로 그리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자동차 부품 해외영업을 담당했던 나에게는 시장에 가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책상에 앉아서 아무리 고민해도, 세계지도를 아무리 뚫어져라 본다고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의 해외시장에서 우리의 해외영업이 성공하는 비율은 약 10%. 바꿔 말하면 필자는 직장 생활의 대부분을 실패를 거듭하다 아주 이따금 성공을 맛보는 경험하며 마무리한 셈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항상 아주 구체적인 다음 목표가 있었고 실패를 딛고 다음 목표에 매진할 수 있었다. 직장인들의 목표는 보통 자신이 근무하는 곳과 다른 곳에서 이루어진다. 자신의 책상에서 이루어지는 목표는 거의 없다. 상사나 경영진에게 보고하는 것만으로 달성되는 목표는 없다. 목표는 항상 회사의 다른 부서, 생산현장, 협력업체, 고객과 시장에서 이루어진다. 잠시 일을 멈추고 자신의 목표가 이루어지는 곳이 어디인지, 또 이루어진 목표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지 상상해 보면 어떨까? * 칼럼에 대한 회신은 sskimpt@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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