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대로에서 운전하고 있을 때였다. 옆 차선의 차가 깜빡이도 켜지 않고 갑자기 끼어들었다. 하마터면 부딪힐 뻔했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운전을 왜 저따위로 하는 거야?" 내가 소리를 치는 사이에 그 차는 순식간에 또 옆 차선으로 끼어들어 전속력으로 사라졌다. 그 차가 멀리 가버리고 난 후에도 나는 계속 중얼거렸다.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죽으려면 혼자 죽든지 하지 왜 저따위로 운전을 하는 거야?" 옆자리에서 내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친구가 말했다. "저 차는 이미 가버리고 없는데, 너는 계속 너를 괴롭히고 있구나!"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왔는데 그 일이 계속 떠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분했다. 난폭 운전자에겐 따귀를 맞고, 친구에겐 망신을 당한 기분이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문득 ‘두 번째 화살에 맞지 마라’는 말이 떠올랐다. 첫 번째 화살은 그 운전자가 난폭 운전을 한 것이다. 그로 인해 나는 첫 번째 화살을 맞았다. 두 번째 화살은 내가 짜증을 내며 스스로를 괴롭힌 것이다. 첫 번째 화살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지만, 두 번째 화살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이다. 스티븐 코비 박사는 "자극과 반응 사이엔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을 통해 우리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다. 반사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스스로 반응을 선택하는 게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화살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나는 끊임없이 두 번째 화살을 쏜다.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는데, 읽은 표시가 있는데도 답장이 없으면 ‘이 친구가 읽고도 답장을 안 하네. 나를 무시하나?’ 하면서 두 번째 화살을 쏜다. 고객이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을 때 ‘이 사람이 나를 무시하는구나.’ 하면서 또 두 번째 화살을 쏜다. 도와주는 자료를 보냈는데 고맙다는 인사가 없으면 ‘이 사람은 예의가 없구나.’ 하고 화살을 쏜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화살을 쏘아댄다. 이렇게 되면 삶이 고단해진다. 어떻게 하면 두 번째 화살을 쏘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묘수가 생각났다. 팩트(fact)와 스토리(story)를 구분하는 것이다. ‘저 사람이 나를 무시하네.’ 하는 마음이 들면 스스로에게 묻는다. 팩트인가? ‘이 사람은 예의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또 묻는다. 팩트인가? 스토리인가? 팩트는 ‘카톡에 답장이 없다. 고객이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는다. 고맙다는 인사가 없다.’ 등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다. 스토리는 그 사실에 대한 나의 해석 또는 판단이다. 어떤 회사를 방문했는데, 안내 데스크에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돌려주지 않았다. 즉각적으로 판단이 올라왔다. ‘다른 회사들은 신분증을 확인하고 바로 돌려주는데, 이 회사는 왜 안 돌려주지? 이 회사는 시스템이 후진적이군.’ 그때 숨을 멈추고 자신에게 묻는다. 팩트인가? 20분 만에 한 대씩 오는 버스를 타기 위해 달려갔는데 간발의 차이로 타지 못했다. 버스는 나를 뒤로하고 출발해버렸다. 즉각적으로 판단이 올라왔다. ‘저 버스 기사는 고객에 대한 배려가 없군. 내가 뛰어가는 걸 백미러를 통해 분명히 봤을 텐데...’ 여기에 보태어 ‘저 기사 때문에 약속 시간에 늦겠군. 버스 기사들에 대해 친절 교육을 강화해야 돼~’ 하고 장편 스토리를 쓴다. 이렇게 되면 한참 동안 기분이 나쁘다. 다행히 요즘은 스토리를 마구 쓰다가도 금방 알아차리고 자신에게 묻는다. 팩트인가? 스토리인가? 이 방법은 제법 효과가 있다. 시시비비가 없는 마음을 평정심이라 한다. 이렇게 팩트와 스토리를 구분하려고 노력하면 곧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 아내가 잔소리한다는 생각이 들면 스스로에게 묻는다. 팩트인가? 아들이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면 또 묻는다. 팩트인가? 스토리인가? * 칼럼에 대한 회신은 iamcoach@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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