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2) 어떻게 헤어질 것인가


직원과의 이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직원의 사표를 자신의 리더십을 검증하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그들과 ‘잘’ 헤어지는 일이다. 홍보업계의 B 사장은 직원이 떠날 때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지며 자신을 다독인다고 한다.


“나는 과연 그를 평생 책임지고 돌봐 줄 자신이 있는가?”
이렇게 자문자답을 하다 보면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돌봐 주며 백년해로할 자신도 없으면서 상대에게만 흔들림 없는 충성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D 사장은 “절대 나쁜 형태로 헤어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우리 회사보다 큰 곳으로 옮기는 직원은 ‘적진에 영업맨을 심어 놓는다’라고 생각하고, 이직을 응원해줍니다. 유능한 에이스가 움직이면 직원들이 동요할까 봐 걱정되기도 했는데요. 물론 잠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긴 하지만 금방 제자리로 돌아오더라고요. 형상기억합금처럼요. 오히려 우리 회사에서 잘하면 큰 회사에 스카우트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서 더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도 생기고요. 다른 곳으로 옮기는 직원들이 많아질수록 곧 영업맨이 늘어나고, 젊은 피 수혈로 새 인재 채운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또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어쩌겠습니까.”


내공 있는 사장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이미 마음 떠난 사람은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단 에이스 직원이라고 생각한다면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척을 지거나 ‘OO 회사 쪽 보고는 OO도 안 한다’는 소리는 적어도 듣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 인사 담당 임원은 에이스 직원이 이직한 후에도 명절 때마다 시골에 계신 그의 부모님에게 정기적으로 선물을 챙겨 보냈다. 결국, 몇 년 후 그 직원은 원대 복귀해 현재 가장 충성스러운 오른팔이 됐다.


되도록 ‘진달래꽃 사뿐히 지르밟고’ 마음 편히 가도록 해주라는 사람도 있다. 나간 사람이 회사를 나쁘게 말하지 않도록 하는 ‘보험’의 역할도 되며, 남은 사원들에게 통 큰 사장으로 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단다. ‘나를 버리고 가는 님, 십 리도 못 가서 발병이나 나라’가 솔직한 심경일망정 내색하지 않아야 남아 있는 직원, 들썩이는 민심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직원의 퇴사, 재를 뿌릴 것인가 진달래꽃을 뿌려줄 것인가. 아프고 괘씸한 이별의 순간에도 먼 훗날의 일을 기약할 줄 아는 지혜, 남은 민심을 다독일 줄 아는 여유, 자신의 상처는 곪아 문드러지더라도 회사와 직원들을 먼저 챙기는, 그 쉽지 않은 배려가 바로 사장인 당신의 일이자 당신이 짊어진 책임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blizzard88@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