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랑할 때와 헤어질 때 모 여론조사업체의 N 사장을 만나 식사를 하는데 표정이 어두웠다. 이유를 물어보니 “며칠 전 해고를 당했다”는 것이 아닌가. 오너인데 무슨 해고?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났듯 임원진에게 뒤통수라도 맞은 것인가? 그가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내가 꼭 붙잡고 싶은, 유능한 직원이 다른 회사로 가겠다며 사표를 썼어요. 나랑 더 이상 일하지 않겠다는 뜻이니, 사장으로선 해고 통보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간 나의 사장 노릇을 복기해보며 유능한 직원에게 해고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반성 중입니다.” 모 IT업체의 P 사장은 사직서를 내겠다는 직원을 붙잡고 “나에게 한 번만 기회를 더 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중소기업 사장들을 만나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직원이 “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하며 독대를 청해오는 것이라고 한다. 십중팔구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중소기업체 사장들의 넘버원 애창곡은 <내 곁에 있어주>라고 하겠는가. 에이스 직원이 떠난다고 할 때 근심은 더욱 깊어진다. 붙잡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그들은 경험상 알고 있다.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을 애타게 불러봤자 떠날 사람은 어차피 떠난다는 사실을. 서정주 시인은 「자화상」이라는 시에서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라고 읊은 바 있다. 리더를 키우는 팔 할은 무엇일까. 아마도 ‘고독’이 아닐까. 리더의 고독은 책임감의 지수다. 구성원과 같이 기뻐할 수는 있지만, 그들과 함께 아파하기를 요구하긴 힘들다. 혼자서 모든 책임과 맞서며 외로운 사투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 믿고 아끼던 직원이 퇴사할 때, 수족이 잘리는 듯한 아픔과 자책감으로 힘들어한다. 이때 그 직원의 부적응 문제, 조직 충성도, 사수의 리더십에 손가락질하는 리더도 있을 것이다. 진정한 리더는 자신의 리더십과 경영능력에 대한 엄정한 경고로 받아들인다. 직원이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은 조직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고, 이는 조직을 운영하는 경영자의 능력에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사수가 부하직원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는 것은 그 사수를 제대로 이끌지 못한 사장의 책임이기도 하다. 직원의 사표를 자신에 대한 해고 통지서로 예민하게 받아들일 정도로 자신을 성찰하고 조직을 관찰하면서 나아갈 방향을 끊임없이 통찰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십 마인드다. 시드니 핀켈슈타인 다트머스대 교수는 <슈퍼보스>에서 직원의 이직을 긍정적 이직과 부정적 이직으로 구분한다. 부정적 이직이 ‘회사 보고 들어와 상사 보고 떠나는’ 이탈형 이직(from)형이라면 긍정적 이직은 ‘더 나은 기회를 향해 떠나는’ 성취형 이직(to)형이다. 식물이 자라면 분(盆)갈이를 해야 하듯 성장을 위해 더 큰 마당이 필요한 경우다. 성취형 이직인 경우는 조직이탈자라기보다 시장 내 우군은 물론 기존직원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둘을 판별하고 대응하는 안목은 필요하다. 리더여, 지금 혹시 자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지는 않은가. “사표 내고 열흘도 못 가서 발병 나라”고 하기보다 “가시는 길 고이 진달래꽃 뿌려 드리오리다”로 축복해주라. 그리고 이들을 우군으로 삼을 방법, 언젠가 ‘돌아올 연어’로 수용할 큰 바다리더십을 키울 방법부터 먼저 돌아보라. 당신의 고독력을 응원한다. 직원의 사표, 우습게 여길 것인가, 무섭게 여길 것인가. * 칼럼에 대한 회신은 blizzard88@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