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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의 말귀가 문제인가, 리더의 마귀가 문제인가.
리더여, 구성원의 머리가 되기보다 발이 되라.

많은 리더들이 “구성원들이 수동적이고, 소극적”이며 ‘리더 바라기‘라고 답답해한다. 심지어는 “생각이 없다. 그저 시키면 시키는 것만 한다.” “시키는 대로 따라 하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그나마 말귀도 알아듣지 못한다"라고 답답해한다. 기실 살펴보면 리더의 자업자득인 경우가 많다. 구성원이 말귀가 어두운 게 아니라 리더의 말귀가 어둡기 때문이다.
‘될 성 부른’ 지도력과 ‘될 리 없는’ 지도력은 한 끗 차이이다. 어떤 조직은 겉으로 볼 때는 콩가루 집안처럼 위아래 치고 받고 시끄럽다. 하지만 위기 앞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똘똘 뭉친다. 반면에 늘 일사불란, ‘앞으로 나란히’의 질서 조직처럼 보였는데, 어려운 순간엔 당나라 군대가 되는 예도 있다. 이는 합치(協治. 협조의 참여 정치)와 협박(脅治. 협박의 위협 통치) 리더십 차이다. 한비자는 “군주가 다른 사람의 지혜를 잘 빌리고 잘 배우기 위해서는 자기 지혜를 비워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그러지 않으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마부가 모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마차를 타고 달리는 것보다 자기 발로 뛰는 게 더 빠르다는 착각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직급 단순화 등 여러 가지 개혁이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잘해줘도 ‘시(媤)집’은 ‘시집’이듯 조직은 조직이고, ‘상사’는 ‘상사’다. 상사가 구성원의 고과를 하고, 밥줄을 쥐고 있는 기본적 역학 관계는 변화하지 않는다. 합(協)치의 지도력에서 ‘존댓말’이나 ‘수평적 호칭“보다 우선되는 것은 구성원에게 심리적 안전지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모르면 질문할 자유, 생각이 다르면 발언할 자유, 협(脅)박의 살기가 돌지 않고 협(協)력의 사기가 오른다.
일이 술술 풀리는 협치 지도력을 실행하고 싶은가? 용이(容易)란 말을 살펴보라. 받아들일 용(容)에 쉬울 이(易), 받아들여야 일이 쉬워진다. 포용과 수용, 관용에서 협(協)의 지도력은 싹튼다. 화합할 협(協)은 열심(十)에 힘 합할 협(?)이 합해진 글자다. 혹자는 사람들이 힘을 모으면 십자가, 즉 예수의 기적을 일으킬 수도 있는 힘을 낸다고 농반진반 풀이한다. 글자 유래를 살펴보면 완전히 틀린 이야기만은 아니다. 협(?)은 힘 력(力)을 세 개 합한 글자로 세 개의 쟁기로 땅을 파는 모양을 본뜬 것이다. 결론적으로 여러 사람이 힘을 모으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커진다’는 시너지를 한 개의 글자에 담고 있다. 반대로 위협할 협(脅)은 몸통(月)에 쟁기를 끼고 으쓱대며 겁을 주는 모습이다. 리더인 당신은 잔뜩 쟁기를 힘껏 움켜쥔 채 “나처럼 해봐. 왜 그것밖에 못 해’의 협(脅)을 외치고 있는가. 아니면 ”으쌰 함께 해보자‘의 협(協)을 북돋고 있는가? 합치(協)형 리더들과 협박(脅)형 리더의 말은 어떻게 다른가.
첫째, 합치형 리더는 말 어미를 명령형 ‘하라’보다 청유형 ‘하자’를 많이 쓴다. 단지 한 글자 차이지만 둘 사이의 차이는 크다. “하라”는 감시자로서 평가하겠다는 뜻이지만 ‘하자’는 동반자로서 함께 책임지고 참여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당장 이것 만이라도 실행해보라. 그 마법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합치형 리더는 비판, 설교하기보다 간증한다. 비판, 설교는 ‘나는 너희와 다르며, 뛰어나다’의 성공 증명, 완료형 시제다. 간증은 ‘나 못났다’의 실패 고백, 진행형 씨제이다. 구성원의 참여 핀을 뽑는 것은 설교의 메시지가 아니다. 간증의 이야깃거리다. 오늘 당신의 말은 구성원을 향하고 있는가, 구성원을 위하고 있는가. 거기에서 협(脅)과 협(協)이 갈린다.
셋째, 협박형 리더는 지시하지만, 협조형 리더는 지원한다. 협박형 리더는 구성원을 수족처럼 부린다. 반면에 합치형 리더는 구성원의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손발이 되고자 한다. 협(脅)박하는 리더일수록 구성원들이 자신의 아바타가 되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궤도 이탈하지 않길 바란다. “생각 좀 하면서 일하라”라며 정작 “수족이 되길 바랄 뿐, 스스로 생각하는 머리는 집에 두고 오길” 바라는 역설이다. 합치(協治)하는 리더는 오히려 구성원의 발이 돼 그들의 생각을 실행하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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