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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머니는 어떤 어머니일까? 좋은 교육자는 어떤 일을 하는가? 훌륭한 리더란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가? 언젠가 베란다 테이블에서 글을 쓰다가 그야말로 현타가 왔다. “리더십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 너, 너는 좋은 리더라 할 수 있느냐?” 이 질문에 머리가 복잡해져서 글 쓰기를 멈추었다. 이걸 잘 하고 있으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었으면 시원하고 좋았으련만.

실리콘밸리 위대한 코치의 조언

빌 캠벨은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라 불리운다. 풋볼 팀 코치 출신으로 애플 등의 기술 기업에서 일했던 인물인데, 그가 코칭했던 애플과 구글 등이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에 1조달러 코치로 불리운다. 그는 모든 관리자의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들이 더 효과적으로 일하고 성장 발전하게 돕는 것이라고 했다. 리더의 책무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지원이다.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적절한 도구, 정보, 훈련과 코칭을 제공해서 일에 통달하게 돕는 것이다. 둘째 존중이다. 각자의 커리어 목표를 이해하고 세심하게 헤아려주어 회사의 목표와 부합하게 커리어를 달성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셋째 신뢰다. 사람들이 자기 일을 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자유를 주고, 잘해낼 것이라고 믿어주는 것이다. 사람들의 발전 가능성을 믿고 그들을 도와주며 지지하되, 때로 사람들이 안주하면 도전을 주면서 성장하게 이끄는 것, 이게 코치형 관리자의 역할이다. 명쾌하고, 찬동할 수밖에 없는 역할의 정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혁신을 이끈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세번째 CEO 사티아 나델라는 자신의 역할을 깊게 고민한 리더였다. 인도 출신 엔지니어인 그는 스타가 아니었고 존재감도 미미했지만 차분하고 강력하게 조직을 바꿔나갔다. 나델라는 가장 먼저 ‘마이크로소프트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결국 ‘사람들이 우리 제품으로 더 힘을 갖도록, 즉 임파워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리한다. 그는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계속 질문하고 경청했다. 그 결과 CEO로서 첫해의 역할과 핵심 과업이 무엇인지 확신을 갖게 되었다. 회사의 사명과 혁신에 대한 포부를 명확히 알리는 일,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는 일, 파이를 키우는 새롭고 놀라운 파트너십을 만드는 일,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 세상을 장악하기 위한 기회를 찾는 일, 모두를 위한 생산성과 경제성장을 회복하는 일이었다. 그는 성장도 멈추고 혁신도 없이, 윈도우와 오피스를 파는 공룡 독점 기업이던 MS를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바꾸어낸다. 그것도 피 터지게 경쟁하고 끝없이 소송을 하던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경쟁자들의 플랫폼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꾼 결과다. 회사는 클라우드 통합서비스 중심 기업으로 재도약했다.

공감의 파워 나델라의 가장 큰 무기는 공감이었다. 그는 뇌성마비 장애아의 부모였고, 기술이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면을 중시했다. 장애인, 가난한 사람, 저개발국, 차별 받는 사람에게 공감을 표현했다. 내부 사업부 간의 경쟁심과 대립이 혁신을 방해하고 있을 때도, 일방적인 조치 대신 사업부 리더들을 일일이 면담을 한다. 상황을 점검하고 질문하고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혁신은 기술적인 것 같지만 실은 사람들의 사고와 감정의 변화가 없이는 형식적 구호에 머물고 만다. 그래서 의견을 듣고, 방향을 함께 세우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역할에 초점을 둔 것이다.

나만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역할을 명확히 좋은 리더가 되고자 하면 우선 역할을 깊이 고민해서 명료하게 정립해야 한다. 잡다한 일에 붙잡혀 역할에 집중하지 못하는 리더를 나는 많이 보아왔다. 역할의 정의는 해내야 하는 과업과 해결과제와는 다른 것이다. 리더는 얼마나 많은 시간 일했느냐, 얼마나 디테일하게 관리했느냐, 얼마나 많은 회의에 참석했느냐로 평가되지 않는다. 그들은 얼마나 좋은 의사 결정을 했는가, 얼마나 사람들을 성장시켰는가 같은 역할 수행의 결과로서 평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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