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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 번 S, A, B, C로 등급을 매기던 상대평가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절대평가를 비롯한 다양한 대안들이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조직 리더와 구성원들과 상시적 개별 면담이 더욱 중요해졌다. 개별 면담과 관련해 영감을 주는 일화를 하나 소개한다.

19세기 영국이 전 세계적으로 위세를 부리던 빅토리아 여왕 시절, 두 명의 걸출한 정치가가 있었다. 자유당의 윌리엄 글래드스턴과 보수당의 벤자민 디즈레일리는 각 당의 대표로서 서로 경쟁하면서도 영국의 발전을 함께 이끌었다. 공교롭게도 윈스턴 처칠의 모친인 제니 제롬은 비슷한 시기에 두 거물과 따로 저녁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후에 기자가 그녀에게 두 사람과의 만남이 어땠었는지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글래드스턴 씨와 함께 있다가 헤어지며 저는 그분이 영국에서 제일 똑똑한 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하지만 디즈레일리 씨 곁에 있을 때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인 것처럼 느꼈어요.”

글래드스턴은 아는 것도 많고 재치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타인과 대화하며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자랑했다. 모두 그의 박식함에 감탄했다. 하지만 디즈레일리는 달랐다. 그도 유식한 사람이었지만, 자기 자랑을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관심을 가지고 질문하고, 주의 깊게 경청했다. 그와 대화를 나눈 사람은 자기 생각을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었고, 자아존중감이 높아졌다. 당신은 누구와 함께 대화하고 싶은가?

사회 초년 시절 내게 두 명의 선배가 있었다. 바로 위 A 선배는 모르는 게 없이 박학다식했다. 한번은 공장 뒤 구석에서 쪼그리고 앉아 두 시간 동안 기술 강의를 들은 적도 있었다.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A 선배의 지식에 압도당하고 나는 작아졌다. 한편 B 선배도 유능한 분이었다. B 선배은 내게 일을 시키고 그 결과에 대하여 피드백을 주었다. 사회생활과 결혼 초기에 고민이 많았던 시절,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나의 성장에 도움을 준 B 선배에게는 지금도 가끔 인사를 드린다.

조직에서 실행하는 개인 면담은 리더와 구성원 모두에게 부담과 스트레스가 되기 쉽다. 안 그래도 바쁜 와중의 면담이 리더에게는 새로 부가된 일이고, 구성원에게는 잔소리 듣는 시간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개인 면담이란 것은 어떤 것일까? 나는 딱 한 가지 성공 기준을 제시한다. 면담을 마치고 돌아가는 구성원이 새롭게 업무를 향한 “용기”를 느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구성원이 면담을 마치고 풀 죽어 낙담한 채로 돌아선다면 실패한 면담이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인생을 사는 데 가장 필요한 것 중의 하나로 ‘용기’를 꼽았다. 그는 ‘용기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과제를 실행하는 힘’이라 했다. 그래서 정신병을 앓는 사람을 환자로 치부하지 않고 ‘용기를 잃어 낙담한 사람’으로 보았다. 그에 따르면 저성과자는 ‘일을 할 용기를 잃어 낙담한 상태에 있는 사람’이다.

면담자가 자기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구성원이 요즘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심을 기울이고, 주의 깊게 듣고, 스스로 잘해낼 수 있도록 격려하는 대화를 하면 어떨까? 개인 면담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리더라면 이 질문을 품고 살아 보자. “나는 용기를 주는 리더인가? 아니면 낙담시키는 리더인가?”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annjoo@gmail.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