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직장생활 중 해외 근무를 마치고 본사에 복귀한 적이 4번 있는데 상당히 스트레스가 심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지점이나 법인에서 독립적으로 일을 하다가 본사의 층층시하 조직이 주는 중압감을 말할 것 없고, 때때로 상사가 던지는 질책성 충고 - ‘본사에서는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돼.’ - 도 나를 위축시키곤 했다. 한국의 빠른 삶의 스피드에 적응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사소한 일이지만, 식사 속도, 회식 후 빨리 신발을 신고 2차에 합류하는 것, 교통상황을 파악해서 약속 시각에 늦지 않는 것, 상사의 호출에 즉각 반응하는 것 등등 만만한 일이 별로 없다. 마지막 귀국은 임원이 되고 나서 2년 후였다. 내가 모실 상사는 서로 알고는 있지만 한 번도 같이 근무한 적이 없는 분.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 경험도 있으니 이것저것 신경을 쓰고, 언행도 극도로 조심하면서 몇 달을 보냈다. 하지만 상사와 나의 관계는 처음 귀국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조심스러웠고, 같이 일을 하면서 같은 조직원으로서 유대감, 손발이 잘 맞는다는 느낌은 느낄 수가 없었다. 그분이 나를 싫어하거나 해외에서 들어왔다고 일부러 골탕을 먹이려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은데 왜 그럴까? 그 상사도 나와의 면담이 불편한 것 같았다.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는 상사와의 면담 과정을 돌아보았고 하나의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결재나 면담 시 나는 주로 서류를 통하여 보고하려고 하였고, 그 상사는 나에게서 구두로 설명을 듣기를 원하였던 것. “서류에 잘 기술이 되어 있는데 왜 또 설명하라고 하나?”라는 생각과 함께 나의 말과 생각이 꼬여서 면담을 썰렁하게 마치곤 하였다. “대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무슨 대화가 할 것인가?” 그래서 나는 상사의 관심사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하였는데, 그것은 관련 부서와의 갈등과 그 해소 과정, 직원들의 역량 계발, 고객과의 인간관계 등등 내가 나의 주된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들이었다. 하여간 이런 이슈들에 대해서 주목하고 업무 노트에 기록하기 시작하였고, 이후 상사와의 면담 시간에 결재 서류와 함께 이 노트를 가지고 가서 내가 관찰한 내용을 촉매로 유익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대화는 업무 중심적이었던 나의 시야를 넓혀주었다. 이후 상사와의 관계는 점진적으로 개선되었고 나중에는 좋은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었다. 상사와의 관계에서 선호하는 소통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시각형인 필자는 서류를 보고 있는데 옆에서 내용을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청각형의 부하에게 불쾌감을 표시하기 위해서 일부러 다른 페이지를 본 적이 있었고, 또 매우 강한 시각형인 최고경영자는 내가 가지고 간 서류를 한눈에 꿰뚫어 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엉뚱한 질문으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곤 해서 보고하는 동안 서류의 해당 부분을 펜으로 짚어 이목을 집중 시켜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 적도 있었다. 동료 임원 가운데도 메일만 보내도 즉각 반응하는 사람이 있지만, 꼭 잠시나마 전화를 걸어서 설명해야 반응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사람은 선호하는 소통 방식에 따라서 시각형, 청각형, 감각형(체각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람은 주로 시각을 통해 외부 정보를 취득하므로 시각형이 과반수이지만 우리 사회에는 상당수의 청각형과 감각형 존재한다. 또 소통 방식은 상대방에 따라 변한다고도 한다. 혹시 상사나 동료와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면 본인과 상대방의 소통 방식에 대해서 관찰함으로써 상호 의사소통을 개선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sskimpt@gmail.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