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작전계획은 적과의 교전과 동시에 무용지물이 된다. (No Plan survives the contact with the enemy)” 19세기 중엽 비스마르크(1815-1898)와 함께 덴마크, 오스트리아, 프랑스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26개의 작은 나라로 분열되어 있던 독일을 통일시키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 프로이센군 참모총장 헬무트 폰 몰트케(Graf Helmut Karl Bernhard von Moltke 1800-1891)의 말이다. 당시 유럽 최강의 육군을 보유한 프로이센은 ‘전쟁론’의 저자 클라우제비츠(1780-1830)가 주장한 전투의 불확실성과 돌발변수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지휘관을 육성하는 데 주력하였다. 한편 몰트케는 작전계획은 필수 불가결 한 것이라는 말도 남겼다. 그는 지휘관들의 사고의 순발력과 유연성은 끊임없이 계획을 세우고, 훈련하고, 수정하고, 주어진 상황의 모든 결과에 대해서 생각하고 대비함으로써 향상된다고 믿었다. 이 철학은 1차, 2차 세계대전의 독일군을 거쳐 오늘날의 미군의 군사 독트린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필자가 코치가 된 후 1~2년이 지나자 그룹코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실제로 그룹코칭을 도입하는 회사들이 늘기 시작하였다. 필자도 동료코치들과 함께 공부했고, 그러다 ‘Effective Group Coaching – Jennifer Britton’ 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책에는 여러 유익한 정보가 있었는데 그중에 처음 시작하는 그룹코칭의 계획과 연습에는 코칭 한 시간에 약 40시간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이었다. 동시에 실제 그룹코칭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제 ‘시간당 40시간의 준비’라는 가이드라인이 생겼으니 계획을 세울 차례. 5분~10분 단위로 활동계획을 세우고, 각 활동에 2~3개의 대안을 만들고 실제로 연습을 하여 어색한 부분을 다시 수정하고, 또다시 연습하고 수정하는 몇 번의 과정을 거쳐 코칭 진행 계획을 작성하였다. 그리고 실제 코칭은 사전에 작성한 계획서와는 상당히 다른 내용으로 진행되었는데 그것은 그룹원 간의 역동을 고려하여 필자가 현장에서 내린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 코칭을 잘 마무리되었다. 책에서 제시하는 시간에는 훨씬 못 미치는 준비였지만 그래도 필자에게 상당한 자신감을 주었고 사전에 작성한 계획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상황에 필요한 적절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만약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다면 진행 계획을 따라하기에 급급하였을 것이고, 나 자신과 그룹원들은 만족스럽지 못한 코칭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굳이 몰트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서 상상하고 그것에 대비하는 연습을 꾸준히 한다면 사고의 유연성, 돌발상황에 대한 순발력이 향상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가설을 업무에 적용한다면 성과를 볼 수 있는 분야가 상사와의 관계가 아닐까? 직장에서 팀장 정도가 되면 자신의 발전에 상사의 지지는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상사의 지지와 지원이 없이는 더는 성장하기가 어렵다. 또 일상 업무에서도 상사와의 관계는 사기와 업무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누구나 상사와의 면담 시 그의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해 질책을 받거나, 필요 없는 숙제를 잔뜩 받아와 부하들의 원성을 들은 경험은 한두 번씩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직장인은 그런 상사와의 관계를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체념한다. 하지만 작전계획을 세우고 훈련을 반복하듯, 상사에 대한 정보(중요하게 여기는 것, 자주 하는 말, 소통 스타일 등등)를 수집하고, 그와의 과거 경험에 대해서 생각하고, 다음 면담의 주제와 거기서 파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에 대한 당신의 대응을 연습한다면 머지않아 상사는 당신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것이고 노력하는 당신에게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sskimpt@gmail.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
-
PREV [고현숙] 재능보다 중요한 것
-
NEXT [한상욱] 재능의 종잣돈(Seed M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