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 디엠, 이 순간을 즐기자. vs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어찌 보면 대립되는 것으로 느껴진다. 전자가 재미라면 후자는 의미있는 삶에 방점을 찍는 것처럼 보여서다. 카르페 디엠이 “인생 뭐 있나”란 질문을 던진다면 메멘토 모리는 “뭐 있다”란 답을 던진다.
삶의 의미와 재미, 양면성을 다 담고 있는 고사성어가 백구과극(白駒過隙)이다.『장자』 「지북유(知北遊)」에서 장자는 노담(老聃)의 입을 빌어 공자에게 말한다. “인생은 흰 말이 문틈을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순간일 뿐이라오(人生天地之間, 若白駒過隙, 忽然而已)” 백구는 흰 망아지로 ‘햇빛’을 상징한다. 그처럼 찰나의 짧은 삶이니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 백구과극, 짧은 인생을 말하지만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의 풀이에선 역사인물에 따라 각자 입장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돼왔다.
첫째는 “인생 뭐 있나, 재미있게 살아보겠다.”의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의 쾌락 지향 논리다. 진(秦) 2세 황제 호해는 신하를 조정에 모아놓고 말한다. “인생은 백구과극처럼 짧다. 나는 이미 천하에 군림하게 되었으니 즐거운 것만 즐기고 싶소.” 결국 사치와 향락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황제는 자결로 삶을 마쳐야 했다.
둘째는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 세상, 어차피 짧은 삶이니 내 주관대로 살아보겠다.” 위나라 귀족 위표는 대세의 향방에 따라 여기저기 오락가락 권력을 기웃거린 ‘배신의 아이콘’이다. 그는 한고조가 귀순해올 것을 설득하자 “인생 짧은데 내 생각대로 살겠다. 한왕은 사람을 오만하게 대하고 모욕을 주기를 좋아하면서 제후나 군신들을 희롱하고 욕하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라고 거절한다. 막상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는 계속 오락가락하다 비참하게 죽었다.
셋째는 편하게 살라는 논리다. 한고조의 황후 여치(呂雉)는 단순한 ‘황제의 부인’을 넘어 전략가였다. 아들을 유방의 후계자로 만들 때 신세를 진 여치는 장량을 은인으로 모셨다. 장량이 신선이 되겠다며 곡기를 끊자, 건강을 염려해 식사를 권하며 설득한다. “인생은 백구과극인데 굳이 고생하며 살 필요가 있나요.” 즉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라는 논지가 담겨있다. 이 말을 듣고 장량은 식사를 시작한다.
넷째는 짧은 인생, 세속적 부귀영화에 신경쓰지 말라는 초탈 논리다. 역성혁명을 일으켜 황제가 됐던 송태조 조광윤은 쿠데타에 대한 경계가 심했다. 그는 혁명동지들에게 말한다. “인생은 백구과극일 뿐이오. (내가 한 살림 마련해줄 테니) 중앙 직책을 맡기보다 고향에 내려가 사는 게 어떻겠소?” 개국공신들은 병권(兵權)을 내려놓고 산관(散官. 실제근무처는 없는 명목상 직책만의 벼슬)으로 낙향할 수밖에 없었다.
“짧은 인생, 뭐 있나”, 재미있게 살 것인가, 의미있게 살 것인가. 세속적으로 살 것인가, 초탈해 살 것인가. 양자택일의 의문은 그야말로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의미를 재미로 느낄 수 있는 삶이 참으로 잘 산 삶이 아닐까 한다. ‘잘 사는 것’은 ‘잘 죽는 것’이고, 죽을 때 ‘잘 살았다’고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삶 말이다. 장자가 죽음을 ‘근본으로 돌아간다(大歸)'라 한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인생 필수 질문으로 ‘삶의 목적을 가졌는가?’ ‘목적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가?’ ‘목적대로 사는지 측정 기준을 갖고 있는가?’를 제시한다.
흰 말이 문틈을 스쳐 지나가듯 빨리 지나가는, 백구과극의 삶. 이 3가지 인생 질문을 던질 때 의미와 재미, 보람을 느끼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질문으로 셀프 코칭 할 때 “인생 뭐 있나?”란 궁극적 질문에 “있다”라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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