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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보고 있지만 보지 못하는 것들이 참으로 많다. 특히 위로 올라갈수록 현장감이 떨어지는 특성으로 인해 많은 리더들이 진실을 보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어떤 경영자는 “최고경영자로서 가장 큰 두려움은 직원들이 나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토로한 바 있다.

많은 조직에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구성원들이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문제들이 존재한다. 모든 것을 덮어버릴 만한 큰 문제지만 그 누구도 애써 모른 척하는 상황을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라고 일컫는다.

미국의 웰스파고 은행은 2016년 10월 교차판매 스캔들이 터지기 일 년 전 만해도 미국에서 가장 승승장구하던 은행이었다. 시가총액 1위에다가 미국 주간지 Barron’s는 웰스파고를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하였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짐 콜린스의 저서 ‘Good to Great’에서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 도약한 기업의 하나로 소개되었다.

문제는 스텀프가 CEO로 취임하던 2007년 8월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스텀프는 교차판매 목표를 ‘8’로 늘리고, 이 목표가 은행을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차판매 실적관리는 매우 엄격하고 철저하게 진행되었다. 각 지점은 하루 네 번(오전11시,오후1시,3시,5시)씩 실적 현황을 보고해야 했다. 한 지역 총괄대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교차판매를 실시하라”고 주문했고, 일부 지점에서는 판매량을 다 채우지 못한 날에는 퇴근하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판매 실적이 성과급과 인사평가에 연계되면서, 웰스파고의 고객우선 가치는 ‘실적지상주의’로 변질됐고, 살인적 업무강도는 직업윤리까지 마비시켰다. 일선 영업현장에서 택한 방법은 ‘편법과 불법’이었다. 다른 금융서비스를 받는데 동의한 것으로 서류를 조작했고, 특정 금융상품은 다른 상품과 패키지로만 구매할 수 있다고 속이기까지 했다.

결국 연방소비자보호국이 불법행위를 조사해서 웰스파고에 1억 8,5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고, 웰스파고도 관련 직원 5,300명을 해고했다. 스텀프 회장도 성과급을 회수당하고 사임을 하였다.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고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목표가 문제의 핵심이었고, 누구나 보고 있는 ‘방 안의 코끼리’에 대해서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파국에 이르게 하였다.

이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실적지상주의는 필연적으로 부실과 직업윤리 파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의 지시는 불합리한 경우에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의 경우 그런 것을 보고하지 않은 산하 리더들이 원망스럽고 한심하게 느껴진다. 많은 회사의 경우에 조직의 리더와 구성원들 간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를 보게 된다. 현안 이슈에 대해 보고하고 소통하지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는 구성원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최고경영자는 조직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임으로써 거리낌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조직문화, 문제를 문제라고 보고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bhkim1047@naver.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