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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직장에서 별명이 하품인 사람이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하품을 했기 때문이다. 회의 때도 하도 하품을 하니까 사람들이 그에게 “당신은 도대체 밤에 무얼 하는거야? 잠을 안 자?”라고 물은 적도 있다. 이미지가 피곤이었다. 그를 생각하면 피곤이 연상됐고 그와 함께 있으면 나까지 피곤했는데 그래서인지 늘 승진에서 누락됐다. 최근 모 기업에서 독서토론을 할 때도 비슷한 사람이 하나 있었다. 얼굴 전체에서 피곤이 묻어났다. 저런 몸으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출퇴근 거리가 멀고 애가 어리다는 이유는 있었지만 그는 유난히 피곤해 보였다. 당신은 피곤에 강한 사람인가? 아니면 쉽게 피곤해지는 사람인가?

도대체 피곤이란 무엇일까? 흔히 피곤하거나 나이가 들면 “몸이 말을 안 듣는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난 오랫동안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일까 생각했다. 몸이 말을 안 듣는다니. 그러다 “스탠퍼드식 최고의 피로회복법”이란 책을 보면서 이 말의 뜻을 알게 되었다. 스탠퍼드는 운동 관련해 미국 최고의 대학이다. 엘리트체육이 아닌 자발적으로 공부를 하면서 운동을 잘하는 학교다. 이 학교의 트레이너인 저자는 피로에 강한 몸, 피로를 쉽게 푸는 몸을 오랫동안 연구했는데 그가 내린 피로의 정의는 “몸에서 내리는 신호와 몸의 움직임이 따로 노는 것”이다. 신경과 몸의 연계가 무너져서 생기는 현상이란 것이다. 분명 머리에선 이런 행동을 하라고 했는데 말초신경이 그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자주 “몸이 무겁다, 나른하다”고 얘기하는데 이 말은 사실 뇌에서 하는 말을 몸이 듣지 않는 것이다. 피로란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현상이다. 몸에서 내리는 신호가 몸에 전달이 안 되거나 늦게 전달되는 것이다. 머리에선 일을 하라고 하지만 몸은 일을 하기 싫어하는 것이다. 피로한 상태에서 일하는 건 뇌진탕 상태에서 일하는 것과 같다. 피로는 기분의 문제가 아니다. 피곤은 착각이 아니라 실제 우리 몸이 지르는 비명과 같다. 피곤의 신호는 사람마다 다르다. 호흡이 가빠지는 사람, 두통이 오는 사람, 근육이 뭉치는 사람, 이명이 들리는 사람, 단순히 나른하다고 느끼는 사람 등 종류가 많다고 한다. 결론은 명확하다. 피로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피로를 그냥 넘기면 안 된다. 피로를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몸이 지르는 비명을 무시하다가는 비명횡사 할 수도 있다. 컨디션이 좋으면 중추신경과 말초신경 사이의 소통이 원활하다. 중추신경에서 내리는 명령을 말초신경이 충실히 이행한다. 피로하고 몸의 균형이 무너지면 소통에 차질이 생긴다. 명령을 내리는 데 몸이 그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다. 몸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몸이 반항을 한다.

우리는 언제 피곤할까? 수면이 부족할 때, 운동이 부족할 때, 배가 고프거나 너무 부를 때, 산소가 부족할 때 피곤하다. 출퇴근 시간 전철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좋은 샘플이다. 세상에서 가장 피곤한 사람들을 다 모아놓은 것 같다. 앉아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졸거나 잔다. 서 있는 사람들은 피곤으로 다들 인상을 쓰고 있다. 왜 그럴까? 일단 전철에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산소가 부족하다. 수면도 부족한데 스마트폰을 보느라 몸을 웅크리고 있어 자세가 나쁘다. 피곤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셈이다. 이 책의 주장은 심플하다. 자세가 피로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피로에 약한 몸은 자세가 틀어진 몸이다. 균형이 흐트러져 몸은 중추신경의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자세가 나쁘면 체내압력이 높아진다. 복부가 눌리면서 장기에 압력이 가해지고 산소를 충분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피로에 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자세를 가져야 한다. 시선은 위를 보고, 어깨를 내리고, 가슴을 펴야 한다. 근데 이걸 안다고 실천할 수 있을까? 좋은 자세는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좋은 자세를 위한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운동하는 이유도 가만히 생각하니 좋은 자세를 위한 근육 만들기였다. 어깨 내리고, 가슴 펴기, 등 접기, 복근 만들기,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 만들기 모두 좋은 자세를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난 그렇게 열심히 운동을 했던 것이다. 피곤하다고? 자세가 나쁘기 때문이다. 자세를 좋게 하고 싶다고? 그럼 좋은 자세를 위한 근육을 만들면 된다. 운동이 중요한 이유다. 피로한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몸을 움직이지 않고 웅크린 채 스마트폰만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일어나라, 움직여라. 근육을 위한 운동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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