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역사적으로 우리 인류는 큰 재앙을 수 차례 겪었지만 결국 이겨냈고, 그 과정을 통해 인류가 발전할 수 있었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믿어 왔다. 하지만 지금 전 세계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 사태는 ‘언제 어떻게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더 불안하고 절망적이다. 다시 말해, 지금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만이 유일하게 확실하다.

이 코로나19 사태와는 비교가 안 되지만, 내가 근무하던 기업에서도 뜻밖의 외부환경적 사태로 불확실한 상황에 맞닥트린 적이 여러 번 있었다.

2003년 사스 발병 당시, 한국은 다른 이웃나라들과 달리 사스 감염자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내가 재직하던 듀폰코리아는 회사의 글로벌 팬데믹 지침에 따라 매일 전 세계 직원들의 감염 상황을 공유하는 동시에 여행, 회의, 고객응대, 직원들의 일상생활 수칙 등을 상세하게 소통하고 철저하게 이행했다.

지금 코로나19 사태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 이상을 지키고 있지만, 당시에는 기업 내부에서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전염병 대응을 하는 회사가 많지 않았다. 처음에는 귀찮게 여기던 직원들도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전염 사고로부터 완벽하게 자신들을 보호하려는 회사와 리더들의 인간 존중 가치 실현 행동에 감동을 받고 자부심을 느꼈었다.

금융회사인 라이나생명으로 이직한 다음 해인 2008년에 전 세계적 금융위기가 닥쳤다. 그리고 거의 모든 금융회사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그 중 고금리 확정 연금 상품을 판매하거나 비주력 사업에 무리한 투자를 한 기업들은 주가 폭락은 물론 문을 닫거나 경쟁사에 매각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런데 ‘고객의 건강과 웰빙을 돕는다’는 미션대로 건강보험 판매에 주력한 라이나생명 및 시그나 본사의 타격은 아주 미미했다. 그전까지 매출 확대를 위해 연금상품 출시를 강하게 주장해 왔던 직원들은 회사가 평소 원칙을 철저히 이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온몸으로 배웠다.

당시 내가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리더들이 조직의 원칙과 가치를 일관성 있게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 위기가 닥쳤을 때 직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었다. 심리적 안정감은 위기 극복 과정에서 직원들의 희망과 신뢰의 원천이 되고, 위기 극복 후에는 신뢰 수준과 자부심, 충성도, 몰입도가 오히려 높아지는 선 순환이 되었다.

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상은 그 전과 판이하게 다를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견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 삶과 일의 방식이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변화할 대전환의 시기이다. 이런 때일수록 더 큰 리더십을 익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환적 사고와 긍정적 실천이 필요하다는 데 방점을 두고 싶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usoonsuh@gmail.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