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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식에 참석할 때 카메라를 들고 갈 때가 많다. 하객석에 그냥 앉아 있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그 의미 있는 순간을 기록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은 예기치 않게 일이 진행될 때가 있다.

그날이 바로 그 특별한 날이었다. 존경하는 코치님의 아들 결혼식이어서 내가 사진을 찍어드리겠다고 먼저 제의했는데, 혼주 측에서는 고맙다며 기왕이면 결혼식 전체 사진을 다 찍어달라는 요청을 해 온 것이다.

나는 결혼식 전문 업체도 아닌데 그 사진을 잘 찍어드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동안 시간이 지나고 당황스럽던 마음이 가라앉자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이것은 소중한 기회다. 결혼식 전문 사진 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정해진 틀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나만이 볼 수 있는 것을 사진 찍을 수 있지 않은가?'. 나는 그런 사진을 찍기로 마음먹었다. 결혼식 당사자들의 마음 상태를 읽고 공감하며 그 마음이 표출되는 순간을 잡는 것이다. 필요한 사진 장비들이 하드웨어라면 당사자의 마음을 읽고 그 의미를 찾는 것은 소프트웨어다. 그때는 순간순간에 맞춰 춤추는 코치의 마음이 필요하다.

결혼식 당일, 나는 1시간 전에 도착했다. 결혼식장은 교회였다. 이 평생 기억될 자리에 어머니는 병환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한다. 어머니가 설 자리에는 누나가 선다. 신부 대기실에서 나는 아름답고 순결한 흰색 웨딩드레스의 신부를 보았다. 어쩌면 이 사진은 신부에게도 신랑에게도 일생 최고의 사진으로 남을 수도 있다. 내가 이 새로운 가정의 출발을 증언하고 오래도록 수호신 역할을 할 사진을 찍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면의 감정이 얼굴에 나타나는 순간, 말로 표현되지 않는 수많은 것들이 표정과 호흡, 눈빛을 타고 외부로 나타난다. 그 결정적인 순간을 잡아내야만 한다. 어쩌면 그것은 단 1초 동안만 올 수도 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그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나는 빠른 걸음으로 움직인다. 신랑 신부를 아버지와 누나가 안아주는 바로 그 순간에 셔터를 누른다. 워낙 짧은 순간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초점이 안 맞거나 흔들릴 수도 있다. 긴장된 순간이 지나가고 나는 땀에 흠뻑 젖는다. 왜 갑자기 이렇게 더워진 걸까? 손수건으로 땀을 훔친다. 코칭을 할 때 코치는 상대와 눈을 맞추고 말을 따라 하면서 그의 모든 것을 보고 공감한다. 그것은 사진에 몰입할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들의 마음속에 어떤 물결이 소용돌이치고 있는지, 어떤 갈망이 있는지를 카메라 파인더를 통해 보고 느끼고 공감하며 셔터를 누른다.

며칠 후 나는 새로 밴드를 만들고 사진 파일을 올렸다. 그리고 전시회 작가노트를 쓰듯이 정성껏 댓글을 달았다. "저는 이 순간을 이 결혼 최고의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입맞춤의 순간은 서로에게 헌신을 맹세하는 순수함을 상징합니다. 화면에 보이지 않는 많은 하객의 축하 박수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아, 대단히 중요한 한 분이 빠졌군요. 마음으로만 함께 하고 계신 어머니의 모습도 겹쳐 보입니다. 아마 너무나 큰 사랑을 주는 분이라서 안 보였나 봅니다. 이 장소 전체를 감싸고 있던 밝은 기운이 무엇이었는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국제코치연맹(ICF)에서는 코치에게 필요한 핵심역량 중 하나로 코칭 프레즌스를 말한다. '프레즌스(Presence)’의 사전적 의미는 존재함, 실재함을 말한다. 이러한 프레즌스는 코칭 장면에서만 나타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 결혼식 장면에서처럼 보이지 않지만, 장소를 감싸는 어머니의 밝은 기운이 바로 코칭 프레즌스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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