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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코치가 된 것이 2007년이었으니, 짬밥을 따지면 프로 생활이 올해로 14년째가 된다. 프로라면 무언가 남다른 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들 녀석이 초등학교 4~5학년 때 에이지 그룹 수영대회에서 접영과 개인 혼영 종목 서울 대표로 뛴 적이 있었다. 같은 팀 다른 아이들은 다 따는 금메달 수확이 늦어져 잠잠하고 있었는데, 5학년 되는 해였나 해군참모총장 배 수영대회에서 마침내 접영 50m 동급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먹었다.

“어떻게 된 거냐? 마지막 스퍼트에서 아슬아슬 역전하던데?” 물었더니, 잠시 후 킬킬거리며 대답했다. “코치님 시키는 대로 물 먹었어요.” 결승점 앞에서 스퍼트할 때 마지막 숨을 들이쉬려고 몸 일으키는 대신 물속에서 꿀꺽 물을 마셨다는 것이다. 감탄보다는 섬뜩함을 느꼈다. ‘프로라는 것, 승부라는 게 이런 거구나.’ UDT 출신의 수영은 도사라는 친구가 이놈 풀장에서 노는 것을 흘깃 바라보더니, 촌평했다. “역시 선수는 선수네. 부력이 아예 몸에 붙었어.” 저런 애들은 물에 들어가면 가라앉지를 않고 동동 뜬다는 것이다.

팔불출 각설하고, 프로 코치는 무엇으로 승부하는가? “코치잖아? ‘눈치 코치’로 승부하지!” 가 우스갯소리지만 정답이다. 알아차림. 고객의 언어, 마음, 에너지 흐름에 공명하는 ‘소리굽쇠’ 현상 같은 것. 나아가 코칭의 장에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에너지를 읽는 알아차림이 프로 코치의 필살기이다. 불교 명상 훈련에서 말하는 사띠(Sati)라면 알 만한 분은 다 아실 것이다.

짬밥은 14년인데, 그동안 경영자 코칭 위주로 프로 생활을 하다 보니, 알아차림의 더듬이가 많이 무디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간혹 든다. 더욱이 금년 들어 코칭의 미개척지 인도네시아에 새 둥지를 틀고, 코칭경영원이라는 배경을 등에 업고, 코칭 사업을 론칭하려고 보니 더욱 그러하다.

오늘 오랫동안 책장에 꼽혀만 있었던 불서 ‘사념처경(四念處經)’, ‘들숨 날숨에 마음 챙기는 공부’를 꺼내든 경위이다. 또 찾아보니, 14대 달라이라마 Tenzin Gyatso가 2000년 처음 부싯돌을 친 ‘불교와 과학의 대화-명상 연구’를 승계한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의 15년 연구 초록이 ‘Mind of the Meditator’라는 제목으로 Journal, Scientific American Nov. 2014에서 발견된다. 다 명상을 통한 알아차림의 계발을 주요 주제로 삼았다.

코칭을 통하여 코치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자타의 연결된 우주, 연민의 상호의존 세계를, 모든 이들의 Bigger Game, Better-being을 위하여 자카르타 이곳에서도 펼칠 수 있게 되기를 기약한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dhugh@hanmail.net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