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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Latte)는 말(horse)이야” 라고 시작하는 광고가 있다. 물론 커피광고는 아니다. 어른들이 자주 쓰는 말, “나 때는 말이야”를 풍자한 요즘 것들의 언어다. 듣는 사람은 궁금하지 않았던 어른들의 영웅담이나 자수성가 스토리 앞에 붙는 이 말은 이제 꼰대의 상징적인 멘트가 되었다.

나도 가끔 후배들을 대할 때, 자녀들을 대할 때, 이 말이 툭 튀어나올 때가 있다. “내가 신입사원때는…”, “엄마가 너만 했을 때는…” 라고 말하는 나 자신을 보며 아차 싶을 때가 있다. 꼰대의 상징적인 멘트라니, 솔직히 억울하다. 그들에게 필요한 조언이 되지는 않을까? 나도 비슷한 것을 겪었는데, 과거의 방식을 안다면 지금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하나의 힌트가 되지 않을까? 그러나 나의 좋은 의도는 그들에겐 하나의 ‘잔소리’일 뿐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것을 부정하고,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리더의 과거 이야기를 처음 들을 땐 흥미진진하지만 반복되면 지루하다고 말한다. 그들에게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일 뿐이고, 오히려 과거에 얽매여 사는 사람같은 인상을 준다고 한다. 한 친구는 나에게 “우리 사장님은 회사가 가장 잘나가던 19XX년에 딱 멈추어 있는 시계 같은 존재” 라고 말했다.

나를 바라봐!
어른들은 왜 이 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걸까?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일단 리더들은 해결사 역할을 자처한다. 조언을 주고 싶을 때 어른인 내가 현명한 답을 내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답이 존재하지 않을 때는 경험이 가장 주효한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빨리 정답을 알려주려다 보니 스스로 검증한 자신의 과거를 소환해내는 것이다. 그 다음은 인정 욕구이다.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삶을 살아왔는지, 어떻게 수많은 난제를 극복해왔는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깔려 있다.

코칭에서는 고객의 긍정적인 자기 인식 확장을 위해 “My Peak Experience” 기법을 쓴다. 살면서 경험한 가장 큰 성취, 온전히 몰입해서 일했던 과거를 기억해게 한다. 한마디로 나의 리즈(전성기) 시절을 대놓고 이야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나의 강점과 나만의 성공방식을 정리한다. 그 경험이 peak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것이 순조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난을 극복한 성장 스토리가 모여 내가 되었다. 후배들이나 자녀들이 나의 특별한 경험을 이해해주고, 참고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좋은 의도도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누군가 호기심을 갖고 물어보지 않으면 요청하지 않은 조언이나 충고로 들릴 수밖에 없다.

나라면 말이야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은 리더들을 위해 제안한다. “나 때는 말이야” 라는 말을 “나라면 말이야”로 바꿔보는 것이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 뒤에는 항상 “그때는 이랬는데, 요즘에는 이게 문제야”와 같은 말이 뒤따랐다. 나와 너, 그때와 지금을 구분 지으니 비난과 지적의 언어가 된다. 그러나 “나라면 말이야”는 다르다. 경험 많은 리더가 같은 편에 서서 해주는 조언은 밀레니얼 세대의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나라면 말이야”의 힘은 과거 내가 했던 방식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주는 힌트는 과거의 경험일수도, 리더만이 가진 혜안일 수도 있다. 과거에 머물러있는 꼰대가 아니라 실용적인 조언을 건네는 현재형 리더이며,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제안을 해주는 현명한 어른으로 보이게 한다.

상대방 중심의 대화를 하는 리더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조언을 주기 전, 허락을 구한다. 어떤 밀레니얼 친구는 존경하는 상사의 말을 들려주었다. “팀장님이 항상 조언을 주실 때 ‘나도 너와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그때의 경험을 얘기해도 될까?’ 라고 말해요. 이렇게까지 조심스럽게 나올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그 조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 스스로 확인하게 되니, 저도 호기심을 갖고 경청하게 되더군요.”

나의 리즈 시절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어 활용하는 것, 현재와 미래의 관점에서 같이 고민하는 것 그리고 필요한 조언을 해주는 것. 이 시대가 원하는 진짜 쿨하고 현명한 리더의 모습이 아닐까?

* 칼럼에 대한 회신은 jhjung@coachingi.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