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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나온 후 분서갱유한 사람들이 많다. 생전 책 한 권 읽지 않고 과감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난 이들의 담대함에 놀라곤 한다. 만약 주기적으로 국가에서 모의고사를 보고 거기에 따라 사람을 분류해 차별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을 구별해 차별을 하고 세금을 달리 매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분서갱유한 사람에게 당신은 직장 다닐 자격이 없으니 1년간 직장을 떠나 책 100권을 읽고 시험을 본 후 다시 복직하라면 사람들 반응은 어떨까? 밥을 제대로 먹지 않으면 영양실조에 걸리듯, 오랫동안 책을 읽지 않으면 뇌에 이상이 생긴다면 어떨까? 혼자 그런 생각을 가끔 한다. 도대체 공부란 무엇이고 왜 해야 하는가? 

공부 관련한 고사성어를 몇 개 살펴보는 게 순서인 것 같다. 

공자님은 “옥은 다듬지 않으면 그릇이 될 수 없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도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부하지 않으면 사람 노릇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천하를 얻는 것은 마상에서 할 수 있지만,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안상案上에서 이루어진다. 공부하지 않으면 사직을 유지할 수 없다.” 유방에게 육가가 한 말이다. 제발 공부를 좀 해라, 공부하지 않고 어떻게 나라를 다스리냐는 질책의 말이다. 

내게 공부란 무엇일까? 난 내가 쓴 “한근태의 재정의사전”에서 공부의 정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원하는 삶과 현재 사이의 갭을 줄이기 위한 모든 행동과 노력”. 맞다. 풀어서 설명하면 내게 공부의 시작은 관심분야가 생기는 것이고 마지막 종착역은 이를 책으로 쓰는 것이다. 운동, 질문, 재정의 관련한 책을 쓸 때 그렇게 했다. 관련한 정보를 모으고 책을 사서 보고,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관련한 질문을 하면서 한 동안 거기에 꽂혀 지낸다. 그때 얼마나 짜릿한지 모른다. 늘 안테나가 그 주제를 향하고 어느 순간 글로 풀어내고 이를 묶어 책으로 낸다. 글을 쓰면서 늘 다짐한다. 여기서 배운 것과 쓴 것은 왠만하면 실천하겠다고. 결국 내게 공부란 다짐이다. 행동하겠다고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다. 

그 외에도 공부를 하는 이유를 정리해 봤다. 
첫째, 난 공부가 재미있다. 점점 재미가 커진다.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쓸 때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 내게 공부만큼 재미있는 일은 많지 않다. 
둘째, 난 생존하기 위해 공부한다. 난 공부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적어도 한 달에 책을 20권 정도는 봐야 한다. 관련한 잡지도 몇 개는 봐야 한다. 책 소개를 위해, 내가 보고 싶은 책을 찾아, 쓸 주제 관련한 책 등등… 봐야 할 책이 차고도 넘친다. 그래서 어떨 때는 스페어 타이어처럼 스페어 눈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다. 
셋째, 변화하기 위해 공부한다. 강연이 주 직업인 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있다. 난 그들을 모르지만 그들은 나를 알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책을 샅샅이 찾아 읽는 사람도 있고, 강연회가 있으면 늘 앞자리에 앉아 강의를 듣는 사람들도 있다. 가끔 이들이 하는 코멘트를 들으면 두렵다. 내가 썼던 글 뿐 아니라 생활 전반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내가 발전하는지, 아니면 작년에 했던 얘기를 또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만약 그들 입에서 “저 사람은 매번 저 얘기만 한다, 레퍼토리가 뻔하다”는 얘기를 들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두렵고 두려운 일이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난 계속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고 방법이 공부다. 
넷째, 무엇보다 배운 것을 실천하는 게 내 목표다. 말만 번지르르하다는 말을 듣는 게 두렵다. 몸이 먼저다 란 책을 쓴 내가 만약 남산만한 배를 하고 다닌다고 가정해보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 상태로 어떻게 강의를 계속 하겠는가? 
다섯째, 난 새롭게 배운 걸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해주는 걸 좋아한다. 어려운 얘기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걸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걸 계속 하려면 공부해야 한다. 네이버에 나온 수준의 정보로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는 없다. 

내게 공부는 더 이상 공부가 아니다. 일상이다. 하루에 세 번 밥을 먹듯이 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색한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assist.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