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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코칭으로 만난 A사장님과 오랜만에 만나 점심식사를 하면서 올해의 가장 큰 도전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 답했고 목표가 높아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래서 또 다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 내에 가장 큰 도전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K이사라고 답했다. 얼마 전에 K이사가 회사를 그만 두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깜짝 놀라 이유를 물으니 “사장님은 자료를 손수 만드시고 분석도 잘 하시는데, 저는 영업 이사로서 자료 분석과 영문 발표자료를 만드는 것을 잘 못하고 맡은 일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많이 힘듭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A사장님에게 누구보다 힘이 되는 사람은 K이사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장님은 며칠 뒤 K이사를 회의실로 데려가 화이트 보드에 두 사람의 강점과 기여하는 부분을 회사 내부와 외부로 나누어 적어보았다고 한다. 이를 통해 A사장님은 내부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K이사님은 외부에서 중요한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본인이 느꼈던 약점들이 강점들에 비하면 정말 작은 부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장님은 ‘우리는 최고의 복식조다. 내가 약한 부분을 K이사가 보완해주고 나도 이사님의 약한 부분을 보완해 주겠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며칠 뒤 그 이사님은 환해진 얼굴로 찾아와 다시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고 사장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셨다고 했다. 이야기가 끝나고 나는 사장님께 물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사장님이 하신 것이 강점 기반 개발의 개념, 즉 강점에 집중하고 약점을 관리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사장님은 평소의 생각을 표현했을 뿐 미처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K이사님은 사장님에 대한 신뢰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할 수 용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장님은 정말 그런 것 같다며 앞으로 회사 내에 이런 관계를 많이 만들면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지 기대 되고 희망의 빛이 보이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우리는 조직에서 위로 가면 갈수록 약점을 인정하기가 어려워진다. 또한 모든 면에서 잘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완벽함에 집착하게 된다. 어제까지 부장이었던 사람이 오늘 이사가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하루 아침에 직급이 우리를 변하게 할까? 미국 갤럽의 연구에 따르면 성공하는 사람들은 파트너십의 귀재이며 파트너를 통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데 뛰어나서 늘 리크루팅 중이라고 한다. 이는 강점은 스스로 개발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개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둘의 힘 (The power of two)’ 이라는 책의 저자인 조슈아 울프 솅크는 20여 년간 창조성에 관한 연구와 강의를 해왔다. 그는 창조성(Creativity)은 특별히 한 사람의 내부에 숨어 있는 재능이 아니라,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깊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때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힘이라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2인조’, ‘한 쌍’은 가장 깊이 있으면서 동시에 유동적이고 유연한 관계인 것을 보여준다.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마리와 피에르 퀴리 부부, 빈센트 반 고흐와 동생 테오 등의 듀오들의 예를 들며 저자는 창조적인 힘을 역설한다. 둘이어서 만들어갈 수 있었던 역사, 둘의 창조적인 힘이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우리 모두는 결함 있고 불완전한 존재다. 그래서 팀이 필요하고 협업이 필요한 것이다. 취약성에 대한 연구를 한 브레네 브라운은 부족함의 반대말은 ‘충분함’이고 ‘온 마음을 다함 Wholeheartedness’이라고 설명한다. 이 말은 온전함으로도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완벽한 자신이 아닌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의 핵심은 취약성과 자존감이다. 즉 완벽하지 않은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하는 것과 이를 사랑하고 인정할 수 있는 자존감이 필요하다. 이런 불완전성과 취약성을 수용한다면 K이사님의 예와 같이 ‘용기’라는 선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조직에서 취약성과 용기가 전염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있다. 2011년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에 실린 피터 푸다와 리처드 베덤의 연구는 이를 눈덩이에 비유하며 리더가 부하들에게 취약성을 드러내면 조직의 눈덩이가 구르기 시작한다 라고 설명한다. 리더가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을 구성원들이 용기 있는 행동으로 받아들여 자신들도 본받게 된다는 것이다. 서로의 취약성을 인정하게 되면 유대감과 신뢰, 포용 능력이 강해진다. 완벽한 팀원들은 없지만 완벽한 팀은 만들 수 있다. 완벽한 팀은 각자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강점에 초점을 맞추며 약점에 대해서 솔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완벽과 무결점은 매혹적인 말이지만 인간의 경험에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완벽함(Perfection)이 아닌 온전함(Wholeness)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coachhs@naver.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