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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에 대한 오해
강점 코칭 담당자로 일을 하다 보면 이런 볼멘 소리를 종종 듣는다. “강점을 주목하고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대체 약점은 어떡합니까?” 강점은 키우고, 약점은 관리하라고 하는데 그 말이 잘 와 닿지 않는다고 한다. 약점을 관리한다는 것에는 자신의 강점으로 약점을 보완하거나 파트너를 활용하는 등의 여러 방법이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약점을 만날 때, 또는 약점으로 괴로울 때는 먼저 ‘약점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볼 것’을 권한다. 우리는 흔히 약점을 나의 부족한 점, 내게 없는 무언가로 여긴다. 그런데 사실 많은 약점이 나의 강한 특성-재능에서 나온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약점이 발견되는 자리
한번은 인도에 갔다가 이런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다. 성격이 예민한 예술가에 관한 이야기였다. 능력이 출중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한 예술가가 있었다. 그런데 성격이 어찌나 모났던지 주위 사람들이 모두 괴로워했다. 예술가도 너무 예민하고 직설적인 자신의 성격을 아는지라, 고민 끝에 구루(정신적 스승)를 찾아가 상담을 요청했다. 예술가가 성격을 고치고 싶다고 하자, 그의 말을 곰곰이 듣던 구루는 이런 말을 해주었다. “제가 고쳐줄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알아야 할 게 있어요. 당신의 창의성이 발현되는 지점과 신경질적인 부분이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에요. 당신의 예민한 성격을 고쳐줄 순 있지만, 그러면 당신의 예술적 재능도 같이 없어질 거예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예술가는 그 말을 듣고 잠자코 있더니,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가버렸다고 한다. 구루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했다. 유달리 강한 감수성에서 뾰족한 성정과 예술적 재능이 함께 나오고 있다는 것. 약점은 내가 가진 재능의 대가일 수 있으며, 그를 없애는 게 아니라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가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가만히 생각해보자. 나에게 있어 약점이라고 치부하는 것들은 과연 어떤 것들인가? 

약점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약점의 재발견>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왔다. 먼저 사람들에게 자신의 약점을 쓰게 하고 그를 공유하게 하는데, 놀랍게도 자신에게 부족하거나 없는 점을 약점으로 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자신이 가진 매우 강한 특성들을 적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은 ‘거절하지 못하고 일을 과하게 떠맡는 것’을, 감수성이 발달한 사람은 자신의 ‘예민함’을 약점으로 꼽았다. 또 행동력이 강한 사람은 ‘성급함’을, 전략적 특성이 강한 사람은 상황마다 전략을 바꾸는 자신의 ‘기회주의자’ 같은 면모를 약점으로 보았다. 이처럼 내게 없는 부분보다는 너무 강해서 자주 드러나는 특성이 긍정적으로 쓰이지 못하거나 조절되지 못할 때, 사람들은 그를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인식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의 특성을 매우 잘 파악했는데, 누굴 만나도 그가 어떤 재능을 가졌는지, 어떤 행동패턴을 가졌는지 재빨리 파악할 수 있었다. 상대방의 특성과 상황에 맞춰서 나의 행동과 언어를 조정하고, 퍼스낼리티도 바꾼다. 나는 이런 ‘맞춤화’가 무의식적으로 발휘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게 나의 저주받은 약점이었다. 맞춤화 능력은 ‘줏대 없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재능을 매우 잘 파악하는 능력은 ‘타인과 나의 재능을 비교하는 열등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나에게는 머릿속에 생각한 것을 바로 실행에 옮기는 강력한 실행력이 있는데 이는 오랫동안 ‘성급함’ 또는 ‘무모함’으로 치부되어 저평가되었다. 억누르려고 애썼던 그 특성들이 실은 엄청난 재능이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되었다. 미국 갤럽에서는 인간의 재능을 34가지 테마로 설명한다. 그 중에서 사람들의 고유한 특성을 파악하는 능력은 ‘개별화’라는 재능으로, 아이디어를 실행할 줄 아는 능력은 ‘행동’이라는 재능으로 부른다. 이처럼 열등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약점들이 실은 내가 가진 재능이라는 걸 발견하면서 큰 해방감을 느꼈다. 나는 약점투성이 인간이 아니었다. 다만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 약점으로 처박아 두고 있었을 뿐!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야호! 
마커스 버킹엄은 “인생의 진정한 비극은 우리가 충분한 강점을 갖고 있지 않다는 데에 있지 않고, 오히려 갖고 있는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의 재능이 보이지 않는다면, 수많은 약점 때문에 도무지 강점이라는 게 와 닿지 않는다면, 그 약점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밴드 ‘배드테이스트’의 노래 <아무생각없이> 중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가끔씩 나의 단점을 발견하면 야호, 해.” 

당신에겐 지금 이순간 ‘야호!’ 라고 소리쳐볼 약점, 다시 보고 싶은 약점은 어떤 것이 있는가? 

* 칼럼에 대한 회신은 gleekim@mail.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