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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들이 꿈꾸는 조직은 대강 이런 모습인 것 같다. 리더가 경영 전략 혹은 방침을 발표한다. 똑똑한 구성원들이 그걸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완전히 실행해낸다. 끝! 얼마나 산뜻한가? 하하. 그러나 마치 동화 속 결혼이 산뜻한 해피 엔딩인데 반해, 현실에서 결혼은 복잡한 함수가 더해지는 새로운 여정인 것처럼, 현실에서 조직은 끝이 없는 이슈 해결의 프로세스다. 각자의 수고로움이 있고, 각자의 몫이 있는 게임이다. 관리자들에게는 위임의 지혜가 필요하다. 

위임의 기술 – ARC 원칙 
위임한 업무를 직원이 제대로 못해내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직원인가, 관리자인가, 둘 다인가? 많은 사람들이 둘 다의 책임이라고 대답한다. 위임을 했더라도 어떻게 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현실에서는 업무를 맡겨만 놓고 손을 떼어 버리는 경우가 많을까?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서? 물론 그렇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이가 아주 흥미로운 해석을 했다. 상사의 과잉 개입에 대한 불쾌한 기억 때문이라는 것이다. 상사가 잔소리하며 챙기는 걸 불쾌하게 받아들였던 사람들은 자신도 잔소리 꾼이 될까 봐 체크하고 개입하기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상대방에게 불쾌한 존재가 되길 꺼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게 상대를 돕는 일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하다. 

업무 위임에는 ARC, 즉 Authority (권한), Responsibility (책임), Commitment (헌신)의 세 가지 요소가 있다. 권한은 위임 받는 사람에게 위임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이나 협조 등을 조정할 권한(Authority)을 함께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어떤 과업을 위임한다면, 그 일을 잘 하기 위해서 다른 업무의 기한을 조정하거나, 예산을 사용하거나, 다른 부서의 업무 협조를 받는 권한이 함께 주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만 떠넘기는 것이 된다. 

책임(Responsibility)은 위임한 사람과 위임 받은 사람이 함께 책임진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언제 완료되는지,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를 함께 검토할 계획을 처음부터 세워둘 필요가 있다. 업무를 위임할 때 함께 수첩을 펴 놓고, ‘자, 언제쯤 결과를 피드백 해 볼 수 있을까?’라고 물어보라. 그리고 그 작은 약속을 꼭 지켜라. 

헌신(Commitment)이란 위임 받은 사람으로부터 그 업무에 대한 헌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지시만 하면 알아서 모든 것이 돌아갈 것으로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위임이 단지 하나의 지시로 끝나지 않으려면 직원이 업무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를 질문하면서 헌신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위임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위임하지 말아야 하는 업무도 있을까? 무인양품을 이끈 마쓰다 타다미쓰 회장은 해마다 경영방침과 이를 설명하는 원고를 직접 썼다고 한다. 경영방침 발표란 대부분의 회사에서 경영기획실에서 작성하고 사장은 그걸 읽는다. 하지만 그래서 직원들도 별로 신경을 안 쓴다는 거다. 그는 발표 일주일 전부터 매일 서너 시간을 들여서 자신이 발표할 메시지를 직접 썼다. 이런 글은 투박할지 몰라도 혼이 담길 수밖에 없다. CEO가 진짜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위임의 기술에 앞서 어떤 업무를 위임하고 어떤 업무는 직접 해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하고 선택하는 것이 먼저다. 자기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때는 위임이 답이 아닐 것이다. 신뢰라는 결과를 얻으려면.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elenko@kookmin.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