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업시간. 예나 지금이나 일부 학생은 교실과는 딴 세상에 속해 있다. 하긴 수업보다 중대하고 흥미진진한 인생 작업이 얼마나 많겠는가, 20대 초반인데.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문제는 일부가 아닌 대다수 학생들이다. 교수의 재미없는 농담에도 웃음으로 반응을 보여주던, 질문에 대답하려 애쓰던 학생들이 사라졌다. 지금은 죄다 딴짓하는 것처럼 보인다. 교수와 눈을 맞추지 않고, 삐딱하게 앉거나 PC를 하고 휴대폰을 들여다 본다. 듣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이 안 된다. 한 번은 강의한 내용을 갑자기 퀴즈로 내보았다. 세상에…… 대부분 답을 맞춘다! 뭐지? 이 친구들, 능력자들인건가? 학점에 민감한 만큼 다 듣고 따라가고 있는 거였다. 다만 뭐랄까, 모범생 같은 태도로 임하는 건 이 친구들에겐 약간 촌스러운 것이라고 할까. 이들에게 간지나는 건 안 듣는 적 하면서 다 아는 것, 공부 안 한 것 같지만 높은 점수를 받는 것? 이들에게 현재 수업은 재미 없고, 길고 지루하다. 밀레니얼_간단함, 재미, 솔직함을 중시하는 멀티테스커 임홍택의 책 <90년생이 온다>를 보면 이 세대의 특징은 간단함, 솔직함과 재미 추구로 요약된다. 길고 지루하고 복잡한 걸 싫어한다. 언어만 봐도 그렇다. 뭐든지 줄인다. 문화상품권을 문상으로, 아이스아메리카노는 아아로 줄인다. 고속터미날은 고터, 서울대입구역은 서립이다. 아, 간결하게 줄이면서도 느낌을 제대로 살린 재치 단어도 있다. 심쿵, 쩍벌남! 거의 시인(詩人)급의 경제적 언어다. 병맛은 어떤가? 어떤 대상이 맥락이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다는 뜻이다. 자기 비하나 패배주의적인 정서를 재미로 승화시켰다고나 할까. 진지하게 긴 말을 늘어놓으면 안된다. 스압주의, 스크롤을 내리면서 읽을 정도로 긴 글의 압박은 경고 대상이다. 조직 구성원으로서 이들은 어떤가? 미국 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글로벌 업무 인력의 38%가 밀레니얼 세대(1980~ 1994년생)로, 이는 베이비부머(1945~1964년생) 27%, X세대(1965~1979년생) 33%을 숫자로 앞서는 최대그룹이다. 미국 갤럽은 이들이 과거 세대보다 애착이 적고, 몰입도가 적은 성향이 있는 반면, 적극적인 비몰입자도 적다고 한다. 아마 비합리적인 것을 참았던 예전 세대와 달리, 솔직하게 목소리를 내는 세대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의 변동을 가져오는 힘도 달랐다. 386세대처럼 비장하지 않은데, 발랄하면서도 목소리가 엄청 크다. 이들은 존중 받는 것이 중요하다. 월급도 중요하지만 일의 의미를 찾고자 하고, 일하면서도 다음 커리어를 위해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 그래서 상사가 코치 역할도 해주길 바란다. 밀레니얼과 함께 맞는 새해 어리게만 보이던 90년생들이 이제는 조직 구성원이 되었고, 주요 소비자가 된 시대다. 이들과 함께 맞는 새해,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아는 교수님의 경험담을 빌어 본다. 신입생들 100명과 함께 간 엠티에서 학생들이 하는 행동이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교수님 말씀 한 번 청하지도 않고 계속 자기들끼리 먹고 마시고 게임하며 놀기만 하길래, 참다가 외쳤다고 한다. 너희들 진짜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한순간에 찬물이 끼얹은 것 같은 분위기. 이때 한 학생이 조용히 이렇게 질문하더라는 거다. 교수님, 학생 백 명이 교수님 한 분께 맞춰야 합니까, 교수님이 저희 백 명에게 맞춰야 합니까? 호기롭게 얘기를 시작했던 교수님은 조용한 그 한마디에 기운이 빠져서 노선을 급 변경했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기성세대에게 이 얘길 전하면, 그게 과연 맞느냐고 반문한다. 젊은 세대의 한계를 지적해주고 교정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뜻일 거다. 하지만 이것은 맞고 안 맞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은, 말하자면 기업이 비즈니스와 산업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전략을 실행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중요하다. 파트너와 호흡을 맞춰 춤을 추려면 먼저 그들의 리듬을 파악하는 게 좋을 것이다. 파트너의 발을 밟고 스탭이 엉키지 않으려면 말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elenko@kookmin.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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