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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리더들은 성과를 고민한다. 나는 지금까지 30여년간 4개의 다국적기업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하면서 사람들을 동기부여하고 지속적 성과를 내는 방법에 대해 연구를 해왔다. 주로 국내에 처음 진출하는 스타트업이나 낮은 성과로 힘들어하는 기업에서 일해왔는데, 운 좋게도 비교적 짧은 시간인 2-3년 안에 급 성장하는 현상을 지켜보았다. 기업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리더(CEO및 관리자)의 역할은 무엇이며, 어떻게 구성원들이 창의력을 발휘하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지를 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한국사람들만의 방법으로 성과를 내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한국인은 언제 성과를 낼까?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흥이 많고, 뭔가 해내려는 성취욕이 강하다. 무엇보다 목표가 있으면, 다 함께 일어나는 ‘신명’이 있다. 그래서 명확한 목표를 주고 성취욕을 북돋아주면 성과를 굉장히 잘 낸다. 2002년 월드컵의 붉은 열기, 1998년 IMF가 터졌을 때 범국민운동이 되었던 금 모으기 운동, 전쟁 후 폐허에서 30여년만에 급속도로 성장한 힘, 그 모든 게 한국인이 가진 독특한 에너지를 말해준다. 나는 그것을 ‘신바람’이라는 특징으로 분석했다. 신바람은 신명의 감정 상태로 설명이 되는데, 한국인은 신바람이 날 때는 물불 가리지 않고, 열정과 극도로 에너지를 쏟아 목표를 달성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한국사람들은 ‘신나게’만 만들어주면 성과를 낸다. 그럼 어떻게 신바람 나게 만들 수 있을까? 

‘우리’ 라는 동지의식과 ‘정’을 나누는 문화
이전에 근무했던 회사 중 다국적 기업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실적이 꼴찌였던 곳이 있었다. 당시 직원들이 ‘신나는 일이 하나도 없어요’ 라며 풀 죽어 있곤 했는데 회사가 2년만에 반등, 아시아 태평양에서 성장률과 베스트 프랙티스 (market best practice) 1위 수상을 비롯한 여러 상을 탔다. 이때 모든 직원들이 연봉의 10~ 100%까지 보너스를 받았다.

당시 회사에는 ‘타운홀’이라고 경영목표를 공표하는 날이 있었다. 그때 회사 전체 직원들을 지역별로 3개팀으로 나눠, 팀 별 활동을 준비해오게끔 했다. 그랬더니 각 팀들이 알아서 단체복을 맞춰 입고, 팀 별 슬로건도 만들고 목표도 설정하면서 자연스레 ‘우리는 한 팀’이라는 정체성이 만들어졌다. 그 뒤로는 팀 별로 경쟁이 붙어 정말 열심히 실적을 쌓아갔다. 또 당시 사장님이 직원들의 사기를 증진시키기 위해 거의 매주 금요일 오후마다 치맥 파티를 열었는데, 누구든지 와서 즐길 수 있게 했고 무제한으로 치킨과 맥주를 제공했다. 거기에 내가 근무했던 5년동안은 매년 300여명의 직원들을 포상 차 해외에 보내 신나게 놀게 했다.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지자 매출도 함께 올라갔고, 매해 2자리수로 성장했다. 

코칭, 신바람을 더 일으키는 변수
조직이 나와 운명을 나누는 공동체라는 자각이 생기면 단합이 되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구성원들이 열성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런 신바람을 일으키는 데에는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조직 구성원과 함께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모두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여 문제를 해결해가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인 특유의 ‘우리’라는 동지의식과 ‘정’이 공유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다. 내가 제일 존경하는 상사가 있는데, 서로 인간적인 케미는 잘 맞지 않았지만 업무에서 만큼은 나를 신뢰해 주었다. 그런 믿음 덕분에 그 직장을 다니면서 계속 신이 나서 다양한 실험을 많이 했고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처럼 누군가 나를 진심으로 믿어주고 배려해주면, 신바람이 난다. 

한국의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 하기 위해 외국의 사례를 배우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가진 특징들을 더 잘 살릴 필요가 있다. 우리가 가진 고유한 감정인 ‘우리’라는 동지의식과 배려에서 비롯되는 ‘정’, 여기에 목표를 분명히 해주면 구성원들은 신바람이 난다. 특히 리더가 코칭을 통해 구성원을 믿어주고 배려해주면,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위의 경험을 <한국형리더십의 관계 요인과 구성원의 창의 행동 및 친사회적 발언 행동 간의 관계 검증>이라는 논문으로 풀어내어 실질적인 검증을 거쳤고, 이는 올해 미국의 Academy of Management 학술회 에서도 채택돼 발표한바 있다. -필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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