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코치 이야기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 학원을 옮기기로 했다. 선생님에게 자초지종을 말하려고 했는데, 하루 전에 아이가 먼저 선생님에게 말해버렸다. “선생님, 엄마가 학원 옮긴대요.” 선생님이 당황해서 물었다. “왜 학원을 옮기려고 하니?” “우리 엄마가 지금 학원은 공부를 많이 안 시키는 것 같다고 공부를 좀 더 많이 시키는 학원으로 옮긴대요.” 이 말을 전해들은 엄마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이가 거짓말을 한 건 아니지만 난감했다. 다음 날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어머니, 아이가 학원을 옮긴다고 하던데…”후배는 실망에 빠져있을 선생님 얼굴이 떠올랐다. 해명보다 먼저 선생님의 마음을 알아주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에서 배운 게 생각났다. ‘질문에 대답하지 말고, 사람에 대답하라(Not answer the question, but answer the person).’ 후배는 의식적으로 대화했다. “선생님, 그동안 우리 애를 잘 지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사랑이 가득하시고, 친절하게 아이들을 배려해주신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어머니, 제 지도 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려주시면 앞으로 제가 아이들을 지도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도 경험이 많지 않아서 그 동안 저의 방식에 대해 자신이 없었거든요.”“선생님, 저희는 선생님 지도 방식에 불만이 있어서 학원을 옮기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학원에서 선생님 같은 좋은 분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염려됩니다. 그 동안 선생님의 지도 방식에 대해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들마다 지도 방식이 다르겠지만, 저는 선생님의 사랑과 배려, 친절한 방식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희가 학원을 옮기려고 하는 이유는 선생님의 지도 방식 때문이 아니라, 저희들의 사정 때문입니다. 곧 이사를 해야 하기도 하구요...” 대화를 통해 선생님은 안심했고 자신의 지도 방식에 대한 자심감도 얻었다고 했다. 후배는 해명이나 설명보다 ‘사람’을 먼저 알아주는 대화 방법의 효과를 절감했다. “관점만 살짝 바꿨을 뿐인데 좋은 결과를 얻는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좋은 대화 방법을 알게 돼 기쁩니다. 신기합니다~” 코칭할 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한다. 고객의 문제 해결을 도와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치가 문제에만 집중하면 코칭은 망가진다. 중소기업 대표이사를 코칭했을 때다. 코칭 전에 해리슨 진단을 했고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진단과 인터뷰를 통해 문제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코치로서 사명감에 불탔다.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코칭은 삐걱거렸다.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문제가 명확하고 모든 노력을 문제해결에 집중하고 있는데 왜 이렇지?’ 고민 끝에 고객에게 코칭 녹음을 요청했다. 문제가 뭔지 알고 싶었다. 코칭 녹음을 듣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건 코칭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었고 조언과 충고 일색이었다. 겉으로만 비난하지 않았지 실제론 고객의 존재를 부정하는 코칭이었다. 고객은 온 힘을 다해 저항했다. 결국 코칭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고 관계만 서먹해지고 말았다. 제대로 망가진 코칭이었다. 이때 나는 코칭의 기본을 철저하게 망각하고 있었다. 가슴에 새기고 또 새긴다. ‘코치는 문제와 함께 있는 게 아니라, 사람과 함께 있다.’ 아들이 직장을 옮기는데 조언을 해달라고 했다. 직장을 옮기면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하고 싶고, 능력을 빨리 보이고 싶을 거다. 그러다 보면 몸에 힘이 들어가게 되고 무리하게 된다.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아들에게 말했다.“개에게 공을 던지면 개는 공을 쫒아가지만, 사자에게 공을 던지면 사자는 오히려 공을 던진 사람에게 달려든다. 문제를 쫒아가서 문제에 사로잡히지 말고, 문제와 대화하지 말고 사람과 대화해라.” * 칼럼에 대한 회신은 iamcoach@naver.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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