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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신과의사가 쓴 『생각 사용 설명서』에 따르면, 생각은 자신의 노력이나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일어난다고 한다. 생각은 하는 것이 아니라 떠오르는 것이다. 어떤 생각에도 앞선 생각은 없다. 갑자기 떠오른다. 그냥 떠오르는 생각을 왜 우리는 ‘한다’고 생각할까? 그 이유는 생각이 너무 빨라 속성을 관찰하기가 어려워서 그렇다. 또한 우리가 쓰는 언어 습관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생각이 들 때 생각의 내용이 연관 관계 속에 있기 때문에 ‘내가 했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나의 뇌리에 입력된 것 중 떠오르는 어떤 것이 생각이다. 눈, 귀, 코, 혀, 몸, 정신을 통해 생각의 탱크에 입력된다. 입력된 것은 없어지지 않고 언제든지 떠오를 수 있다. 후회되고 화가 나고 아쉬움을 주는 안 좋은 과거는 가만히 있어도 그냥 떠오른다. 부정적인 과거가 긍정적인 과거에 비해 떠오르는 힘이 강하다. 그런 만큼 우리에게 영향을 많이 준다고 한다. 조상들은 이런 것들을 ‘오만가지 생각’이라 표현했다. 

현재 필자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건강관리다. 그래서 멀리 출타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매일 파워워킹(7km)을 한다. 책상 달력에 매일 기록하며 실행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걷기 장소는 주택단지 내 해안도로, 자동차 매연을 피하기 위해 출발해서 3.5km(자전거와 사람만 다니는) 되는 지점을 반환점으로 삼아 되돌아오는 코스를 취하고 있다. 출발선에 들어서면 이어폰을 끼고 장비(녹음기)를 가동시킨다. 일석이조(운동과 공부)를 노리겠다고 시작한 영어회화 공부다. 두 차례 반복하는 회화 내용을 듣고 뒤따라 열심히 읊조리며 걷기 시작한다.

‘I wonder why the event was cancelled.’ “I wonder why the event was cancelled.”
‘I wonder why the event was cancelled.’ “I wonder why the event was cancelled.” 

그러다, 며칠 후 있을 그룹코칭 준비가 제대로 되었는지, 혹 더 챙길 것은 없는지 따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화들짝 놀란다. 아니! 내가 뭘 하고 있었지? 맞아! 회화 공부를 하고 있었잖아. 떠오른 생각을 쫓다 보니 내용을 언제 놓쳤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놓치고 있었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제 정신을 차리고 흐름을 뒤따라 다시 읊조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번엔 또 다른 생각을 쫓다 문득 제 정신을 차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기를 1시간 반 동안 되풀이하다 출발했던 곳에 도착한다. 자괴감을 느끼며 혼자 중얼거린다. ‘내가 그래도 명색이 코치인데, 듣기 능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다니!’ 그 이튿날에도 이런 패턴의 씨름은 반복된다. 

내 집중력을 흩뜨리는 이 적을 몰아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명상을 추천하고 있다. 명상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명상은 주로 몸과 마음에서 현재 일어나는 현상에 집중한다. 명상을 하기 전에는 생각과 개념으로 세상을 봤다면 명상 이후에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된다. 생각은 실제를 가리는 장막과 같다. 필자가 권하는 또 한 가지 방법은 서예다. 서예는 화선지 위에 붓을 옮기고 있는 동안엔 온 정신을 집중하게 된다. 다른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온전히 현재에 머물 수 있다. 바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Flow』에서 말한 ‘몰입의 경지’를 경험하는 것이다. Flow란, 어떤 행위에 깊게 몰입되어 시간의 흐름, 공간 나아가 자신에 대한 생각마저도 잊어버리게 되는 때를 일컫는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 

코치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스킬 중 하나가 고객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경청 능력이다. 코치들도 수없이 떠오르는 오만가지 생각에 쫓기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더더욱 코치는 코칭의 매순간 자신의 오만가지 생각들을 인지하고, 고객의 말에 초점을 맞추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 칼럼에 대한 회신은 om5172444@gmail.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