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습관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리더십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게 마련인 이 습관은 들이기도 어렵지만 버리기도 쉽지 않다. 저명한 사업 코치인 게리 켈러(Gary Keller)가 쓴 『The one thing』에 의하면, 2009년 런던대학교에서 습관과 관련한 실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새로운 습관들이기에 걸리는 기간이 전체적으로 보면 18일에서 254일까지 다양하지만, 어떤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잡는 데는 평균 66일 걸린다고 한다. 두 달만 잘 집중하면 좋은 습관들이기(나쁜 습관버리기)가 가능하다는 희망찬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필자는 자찬自讚하고 싶은 좋은 습관 한 가지를 몸에 익혔다. 다름아닌 산행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것이다. 이 행위는 내 영혼을 정화시키는 의식(rite)에 되었으며, 그 역사는 이십 수년을 자랑한다. 매주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건강을 위해 산행을 하고 있다. 이때 필수품으로 챙기는 물건이 목장갑과 큼지막한 비닐봉투다. 내가 살고 있는 인근 지역엔 가까이에서 늘 손짓하는 가야산과 구봉산을 비롯하여, 약수를 떠 오기 위해 찾게 되는 백운산의 억불봉과 노랭이봉은 나의 친숙한 벗이다. 조금 더 멀리 천관산, 팔영산, 조계산, 망운산, 월출산 등이 눈인사하며 정겹게 다가온다. 아름다운 이 벗들은 가끔씩 찾아도 서운해 하지 않고 변함없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이런 벗들을 찾으면서 그 동안 허리 굽혀 주운 쓰레기의 총량을 계산하면 1톤 트럭으로 얼마나 될까 자못 궁금해진다. 돌이켜 보면 그 옛날엔 산 정상에서 무리 지어 삼겹살 파티에 소주 한 잔을 걸치는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산행 길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는 버려진 쓰레기로 허리를 굽힐 일도 많았었다. 성숙해진 시민의식 덕분?에 삼겹살 파티가 자취를 감춘 요즘엔, 산행 길도 썩 깨끗해져 쓰레기가 눈에 잘 띄지 않아 장갑 낀 내 손이 다소 허전하게 느껴진다. 집을 나서며, 오늘도 이 비닐봉투가 가득 채워질까? 하는 호기심을 가지고 산행을 시작한다. 그런데 산을 오르내리며 쓰레기를 줍다 보면 그 큰 비닐봉투가 가득 차니 신통하다. 아내와 함께 걷고 있지만 내 눈에만 쓰레기가 보이는가 보다. 산행 길 좌우 숲 10미터 저 안쪽까지 나의 레이더가 작동한다. 멀리 숨어 있던 페트병과 배즙 봉지가 눈에 들어오면 숲길을 헤치고 들어가 주워온다. 가끔 가시나무에 긁혀 팔뚝에 피가 나는 일이 생겨도 내 마음은 즐겁다. 주울 때마다 내 영혼이 맑아지기 때문이다. 오르내리며 덤으로 듣는 칭찬의 말에 내 기분은 더욱 고조된다. 자부심이 생겨나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좋은 일 하시는군요”, “보기 좋습니다”, “수고하십니다” 등등. 한때 기업에서 리더들을 대상으로 좋은 덕목(칭찬하기)을 몸에 익히도록 하기 위해 ‘칭찬 리더십’ 교육을 한 적이 있다. 참가자 각자에게 아내에 대한 칭찬거리를 적게 하였는데, 몇 가지 적다 쓸 게 없다고 모두들 당황해 했다. 이때 필자의 사례를 언급하며 보이지 않는 쓰레기를 찾아내는 자세로 다시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그러고 나면 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무려 32가지를 적어 발표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이 교육(1년 간)을 마치고 6개월 후 설문조사를 했는데, 조직 문화가 상당히 부드러워지고 밝아졌다는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리더십 향상이 필요한 리더들에게 가정과 직장에서 ‘칭찬하기’라는 훌륭한 습관 들이기를 선물한 셈이다. 우리가 삶에서 얻게 될 성취는 한두 번의 행동이 아닌 살면서 형성된 습관에서 나온다. 좋은 습관 들이기(나쁜 습관 버리기)는 선택적 집중의 힘에서만 나올 수 있다. 필요한 기간은 66일이라 한다. 우리 각자 스스로 원하는 올바른 습관(좋은 습관들이기, 나쁜 습관버리기) 한 두 가지를 몸에 익힌다면, 매일매일이 충만하고 행복한 일상이 되어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om5172444@gmail.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
-
PREV [김종명] 자기 관리
-
NEXT [한근태] 쉬운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