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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코칭 중에 한 참가자가 말했다. “코치님, 코칭이 샛길로 벗어난 거 같습니다. 갑자기 코칭이 주제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내가 말했다. “부장님, 지난 세션에 불참하셨죠? 그거 지난 세션에서 다룬 내용입니다.” 그 후로 질문했던 부장은 말문을 닫았다. 코칭이 끝난 후 찜찜했다. 자꾸 생각났다. 

이틀짜리 워크숍을 할 때였다. 첫째 날 참가하지 않았던 사람이 둘째 날 새로이 참가했다. 이분이 말했다. “코치님, 꼭 이렇게 대화 모델로 대화를 해야 하나요? 너무 인위적이지 않습니까?” 내가 말했다. “어제 교육에 빠지셨지요?” 순간 강의실은 찬물을 끼얹은 듯 했다. 열심히 질문하던 그 참가자는 그 후로 입을 닫았다. 

나는 코치로서 자기관리에 실패했다. 코액티브 코칭에 의하면 ‘자기관리란 자신의 의견, 자랑, 방어적 태도, 에고를 내려놓을 수 있는 능력이다. 멋있게 보이거나 올바르게 보이려는 생각을 포기하는 게 코치의 자기관리다.’ 이때 코치로서 자기관리가 제대로 됐더라면 이렇게 했을 거다. 그룹코칭의 경우엔 ‘어떤 점에서 그런 생각이 듭니까? 혹시 코칭 진행과 관련해서 어떤 걸 알려주고 싶은가요?’ 워크숍의 경우엔 “대화가 인위적으로 느껴져서 답답하셨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부분이 그렇게 느껴졌는지 조금 자세하게 말해주실래요?”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붉어진다. 아~ 정말~~ 왜 그랬을까? 

이 사례들은 코치로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생긴 일이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과연 내가 생각하는 성과가 곧 그들이 원하는 성과인가?’ 물론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생긴 건 ‘모든 성과는 고객으로부터 나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망각했기 때문이다. 좋은 성과를 내려면 코치의 생각을 설명하거나 고객을 설득하려는 욕구를 내려놔야 한다. 설명이나 설득은 ‘내가 맞고 당신이 틀렸다’는 무의식적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향해 틀렸다고 지적하는 말을 누가 쉽게 받아들이겠는가? 이 일들을 겪고 난 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부탁 받지 않은 조언은 비난이다.’ 스스로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어느 회사에서 강의할 때였다. 한 참가자가 말했다. “강사님, 좋은 말씀인데요. 그런데 그거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습니까?” 만약 이때 이렇게 반응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한번 실천해 보세요. 아직 실천도 해보지 않고 미리 비현실적이라고 단정하는 건 너무 성급한 거 아닌가요? 일단 실천부터 해보시지요.” 그랬다면 아마 강의가 망가졌을 거다. 그런데 이날은 다행히도 자기관리가 됐다. “이 내용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답답하신가 보군요. 현업에서 잘 쓰고 싶은데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많이 답답하시겠어요. 어떤 부분이 그렇게 느껴졌나요?” 그 후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 분은 고맙다고 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확실하게 알게 됐다. ‘자기 관리란 내가 멋지게 보이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멋지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조충은 평판이 나쁘다.’ 조언과 충고, 평가와 판단은 관계를 망친다는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내가 만든 말이다. 일상생활이든 코칭이든 자기관리는 ‘조충 평판’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코칭을 하다 보면 어떤 땐 간단한 정보만 알려 주기만 해도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고, 고객이 말하는 것과 실제 행동의 불일치가 발견될 때도 있다. 또한 한계 극복을 요청해야 할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말하지 않아야 하는 것인가? 이것도 ‘조충평판’인가? 애매하다. 이땐 스스로 묻는다. ‘내가 빛나려고 하는 건가, 고객을 빛나게 하려는 건가’ 

요즘 국선도를 배우고 있다. 아직 초보라서 동작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힘겹게 따라하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한마디씩 한다. “다리를 힘차게 펴요! 다리를 더 뻗어야지~~ 상체를 더 곧게 세우세요!” 나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걸 잘 안다. 그런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걸 어쩌라고?... 그 중에서 제일 고수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힘들지요? 조금씩 나아지고 있네요. 많이 좋아지고 있군요. 축하해요~~” 
아~ 역시 고수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iamcoach@naver.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