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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생인 나는 일곱살에 학교에 들어갔다. 또래보다 체구도 작고 모자라 보이는 막내가 얼마나 못 미더웠던지 내가 뜻밖에도 학년말에 우등상을 받아오자, 어머니의 첫 반응은 담임선생님이 잘못 주신 거 아니냐는 거였다. 억울해서 입을 삐죽거렸던 기억이 난다. 말콤 글래드웰의 책 <아웃라이어>에는 캐나다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에 1월~3월 생일인 선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가 설명되어 있다. 아이스하키 선수를 어려서 선발하고, 아이스링크가 있어야 훈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 선발이 되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기회를 갖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1월 생이냐, 10월생이냐는 체격 차이를 크게 가르기 때문에 그렇다. 이 대목에서 살짝 억울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표준교육 시스템은 같은 나이에 똑 같은 내용을 배우고 같이 진급한다. 시험에서 50점을 맞아도 학년이 올라가면 다음 진도를 나간다. 지금의 시스템에서 탁월하다는 것은 학업 성취가 ‘빠르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이해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아이, 논리보다 비주얼적 이해가 뛰어난 아이들은 열등 학생으로 치부된다. 이렇게 평균적이고 표준적인 접근법은 일부의 잠재력을 잠재워 버리는 역효과를 낳는다. 

평균의 함정
우리는 평균에 비교해서 자신을 평가한다. 평균 키, 평균 수명, 평균 학점, 평균 자녀수, 평균 연봉. 평균보다 높으면 우월감을, 낮으면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계층 관념은 우생학의 기초를 제공한 수학자 프랜시스 골턴에서 기인한 바 크다. 그는 평균을 기준으로 우월층(Eminent), 평범층(Mediocre), 저능층(Imbecile)으로 분류했다. 심리학자 손다이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학습 성취가 빠른 학생을 대학에 진학시켜 인재로 키우고, 학습이 더딘 학생들에겐 더 이상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만든 학력 등급화 시스템은 쓰기 읽기 산술 등 표준화 시험으로, 미국 전역의 학교에 급속도로 채택되었고, 21세기 교육시스템에 광범한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평균의 종말>을 쓴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토드 로즈는 평균주의의 폐해를 지적한다. “우리는 다른 모든 사람처럼 되되, 더 뛰어나려고 기를 쓰게 되었다.”고 통찰력 있게 지적하면서 평균적인 사람은 허상이지, 실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평균적인 재능, 평균적인 지능도 없다. 인간의 공통점은 다차원적으로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개개인학(Science of the individual)
우리는 어떤 면에서는 평균 이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열등한 것은 아니다. 사람의 재능은 들쭉날쭉한 여러 차원의 차이가 있어서 평면적으로 줄 세우기가 불가능하다. 재능이 다르고, 재능을 발달시키는 경로도 시간도 다를 뿐이다. 로즈 자신이, ADHD 판정을 받았던 열등생이라 정규대학에 진학을 할 수 없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하버드대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교수까지 될 수 있었을까? 자신을 잘 알았다는 게 첫번째 답이다. 자기가 평균적인 방법에는 맞지 않다는 것을 잘 알았고, 자기에게 맞는 방법이 분명히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그 고유한 길을 찾아갔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그렇게 보면 개개인학(Science of the individual)에 있어서 진정한 전문가는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 가장 먼저 진지하게 탐구해야 할 대상은 바로 나 자신! 나에게는 어떤 재능이 있는가, 어떤 것을 빠르게 배우고, 어떤 것에 약한가? 나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이게 연구 주제다. 

컴퓨터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3D 프린팅, 빅데이터와 AI가 다가오는 시대에는 개인 맞춤형에 드는 비용과 시간도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개개인학의 부흥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각자의 속도와 경로에 맞춘 개발, 개인의 재능을 찾아주는 데 4차산업혁명의 기술이 쓰이길 바란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elenko@kookmin.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