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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혁명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난 대규모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공식 집계로 실업률이 30%가 넘었는데 아마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취직이 거의 불가능해 재 입대를 시켜준다는 명목으로 사기를 치는 사건까지 벌어 졌다니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한 집안의 가장이 직업을 잃었다는 건 그 집에 폭탄이 떨어진 것과 다름 없다. 4.19는 결국 불만으로 가득 찬 실업자들에게 이승만 정권이 부정선거로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실업이 바꾼 세계사”란 책에 나온 내용이 그런 내 생각을 뒷받침한다. 저자는 히틀러의 탄생 역시 대규모 실업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거기 나온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본다. “독일은 1929년 대공황의 직격탄을 맞았고 600만명의 실업자가 탄생한다. 공식집계로만 30%에 달했다. 경제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는 바이마르 정권과 그들이 펼치는 민주주의는 아무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다. 독재자가 집권해도 좋으니 이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를 이용한 사람이 히틀러다. 처음에 나치당은 별볼일 없었다. 1928년 나치당의 전체 득표율은 2.6%에 불과했다. 1929년 히틀러는 자신이 집권하면 전쟁을 일으켜서라도 독일 경제를 살려내겠다고 호소하면서 인기가 올라갔고 1930년 18%, 1932년에는 37%를 득표하면서 최대 정당이 된다. 드디어 1934년 8월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을 함께 행사하는 총통에 오른다. 집권을 한 히틀러는 아우토반을 건설하고 공장에서 군수 물자를 대량생산한다.” 물론 히틀러는 실업자 문제는 해결했지만 전쟁을 일으켜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된다. 

멕시코가 마약 왕국이 된 것도 역시 실업문제라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이 책의 내용을 다시 옮겨본다. “멕시코의 마약카르텔은 경찰과 군대와 붙어도 밀리지 않을 강력한 힘을 가진 반국가세력으로 성장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바로 실업문제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위태롭던 멕시코 경제는 1991년 북미자유협정이후 완전히 무너진다. 가성비가 좋은 미국 제품이 몰려오면서 중소기업의 70%가 망했다. 최대은행 바나멕스는 씨티그룹에 인수되고 일년에 영화 100편 이상을 찍던 영화산업은 고작 4편 정도를 찍는다. 원래 마약의 원조는 콜롬비아다. 근데 1980년대 말 군대를 동원한 미국 정부의 마약근절 작전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그 틈을 멕시코가 노려 일인자가 된다. 마약이 창궐하는 이유는 먹고 살기 위해서다. 직업이 없는 실업자들의 유일한 생계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전략 또한 기발하다. 긴 땅굴을 파서 나르고, 마약만 전문으로 운반하는 잠수함까지 만들었다. 카르텔을 제압하기 위해 만든 특수부대는 작전 개시 전 몽땅 카르텔에 넘어갔다. 정부보다 훨씬 많은 월급을 주겠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힘이 너무 세서 언론도 보도를 자제한다.” 

실업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가진 사람들의 부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이를 위해 가진 사람들이 자각이 필요하다. 경주 최씨 가문은 이를 깨달았기 때문에 10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들의 행동강령은 가뭄 때 논을 사지 않는 것,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는 것, 시집와서 몇 년간은 비단 옷을 입지 못하게 하는 것 등이다. 한 마디로 없는 사람 등을 쳐서 더 잘 살고 싶지 말자는 것이다. 그들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에게 측은지심을 가져야 한다. 이들의 아픔을 알고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의 문제가 곧 우리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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