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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색의 비극은 우리가 잠재적인 재능을 타고나지 못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것이라는 말은 옳다. 강점발견은 그 자체로 위대하며 인생을 바꾸는 힘이 있다. 

K 과장과의 첫 만남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LG인화원 재직시절에 만난 K과장이다. 그를 경력사원을 뽑는 채용 면접장에서 처음 만났다. 그는 이전 회사에서 인사부서에 배치되었지만 주로 의전업무를 담당해야만 했었는데 자신의 업무에서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옆 부서의 교육업무에 자꾸만 관심이 갔다고 했다. 교육분야의 일을 하고 싶어서 과감히 퇴사하고, LG인화원에 원서를 넣은 것이었다. 몹시 긴장해 있는 모습에서 ‘얼마나 간절했으면 저렇게까지 긴장할까’ 싶어 오히려 교육업무에 대한 강한 열정을 엿보았다. 동료임원들은 K과장에게 교육업무의 경험이 전무하다며 낮은 점수를 주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경험상,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열정이 그 일에 대한 지식이나 탄탄한 경험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동료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를 채용하였다. K과장은 당연하게도 나의 부서에 배치가 되었다. 한마디로 “뽑은 사람이 알아서 하세요!” 였다. 

열심히 하려는 의지와 배우는 자세에도 불구하고, K과장의 적응은 쉽지 않았다. 신입도 아닌 과장을 일일이 챙겨주기란 모두에게 벅찬 일이었다. K과장은 날이 갈수록 의기소침해져 갔고, 그를 팀에 융화시키기 위해 늘 고심하던 나는 주업무인 교육과정보다는 영향력이 적은 이벤트 행사진행을 하도록 맡겨보았다. 그는 탁월한 진행자였는데, 참가자들의 마음을 읽고, 그들을 이끌고 가는 그의 타고난 ‘공감’ 능력이 돋보였다. 

K 과장, 강점발견으로 날개를 달다! 
의기소침한 K과장의 모습 이면에 숨겨진 재능을 발견한 나는, 격려 차원에서 그를 불러 이야기했다. “K과장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감 능력이 탁월해 보이는데 내 생각에는 머지않아 K과장이 퍼실리테이터의 롤모델이 될 같아.” 당시 교육 풍조는 일방적인 강의식 교육을 탈피하여, 참가자들을 독려하고 스스로 느끼도록 만드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역량에 관심을 쏟던 시기였다. 

그 말을 들은 K과장은 두 눈을 반짝였고, 흥분한 마음을 애써 억누를 정도로 벅차했다. 그때부터 K과장의 활약이 시작되었다. 그 당시 인화원의 주된 교육과정이었던 직급필수과정은 내부 교육담당자들이 한 반씩 맡아 진행하며, 강의를 대폭 줄이고 교육생들의 참여를 불러 일으키도록 새롭게 설계되었다. K과장은 자신의 강점인 공감 능력을 한껏 발휘해 참가자들을 이끌어갔다. 참가자들이 입을 열고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만들었으며, 서로 이야기를 듣고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다른 교육담당자와 교육생들은 이전과 달라진 교육방식에 힘들어했지만, K과장의 교실만은 달랐다. 교육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웃음과 활력이 넘쳐났다. K과장이 맡은 반의 만족도는 4.7에서 4.9로, 4.9에서 만점인 5.0으로 기록 갱신을 거듭해갔다. 당시 교육생의 만족도가 인사고과에 직접 반영되었기 때문에 그 전까지 K과장에 대해 뜨악하던 팀내 선후배들이 이제는 벤치마킹하기 위해 그의 교실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후 K과장은 교육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갖춘 핵심인재로 크게 성장하였고, 교육부문에서는 드물게 해외파견까지 나가게 되었다. 

정작 성장한 사람은 나! 
내가 LG인화원을 떠나 LG아트센터로 전직하고 그 후 퇴임한 후에도, 그는 매년 스승의 날이면 빠짐없이 연락을 한다. ”인생에 스승은 두 분인데 한 분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고 다른 한 분이 나”라고 말해주는데, 부하직원으로부터 스승의 날에 감사 문자를 받는 건, 내 인생의 큰 보람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감사해야 할 사람은 나였다! 임원 초기의 나는 온통 일과 성과로 머리 속이 가득 차 있어 언제나 성과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리고 나서야 사람이 보였었다. 육성 차원이라는 미명하에 직원들의 보완점을 통해 성장을 독려했으나 그다지 성과는 좋지 못했다. 그런데 K과장의 경험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가져다 주었다. 사람을 성장시키는 건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었고,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인식시켜주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말이다. 지금은 고참 부장이지만 나의 영원한 ‘K과장’이 중국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아직 못했던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정작 배운 사람은 나라고!” 이제는 그가 후배와 부하직원들을 강점을 통해 육성할 수 있는 더 큰 리더로 크길 바라며 강점발견의 선순환을 기대해본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yuhsoony@gmail.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