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아가며 한두 번쯤은 정신이 번쩍 드는 질문을 받아 보았을 것이다. 이런 질문을 코칭에선 ‘강력 질문’이라 한다. 마이클 마쿼드는 『질문 리더십』에서 “강력 질문은 우리에게 더 나은 관점을 선사하며 고정관념을 타파하게 해준다. 더불어 깊이 성찰하게 해주고, 용기와 힘을 북돋워 주며, 긍정적이고 위력적인 행동을 낳게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시기에 관계 없이 아무 때나, 장소에 관계 없이 아무 곳에서나, 위와 같은 관점 전환과 용기를 주고 자신 있게 행동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정형화된 어떤 질문이 존재하는가? 그랬으면 좋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강력 질문은 고객의 삶의 맥락(TPO: Time, Place, Occasion)에 의해 규정되는 경향이 강하다. 같은 질문이 A에겐 강력질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B에게는 평범한 질문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필자는 제2의 삶을 준비하게 해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현역 시절 에피소드인데, 당시 나는 팀원들과 종종 술자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곤 했었다. 하루는 회식 끝자락에 우리 팀에 배치된 지 얼마 안 된 신입사원과 얘기를 하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게 되었다. “팀장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 데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래 뭔데?” “퇴직하고 나서 무얼 하실 계획이세요? 나는 이 질문을 받고 당황한 나머지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그때까지 한번도 퇴직 후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평범한 이 질문은, 그 후 필자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정년 후의 청사진을 그리고 실행에 옮기게 만들었다.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3년간 원거리 통학을 하게 했고, 코치자격증 취득에 드라이브를 걸게 했다. 강의의 질을 높이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게 만들었다.나중에 본격적으로 코칭을 배우면서 신입사원이 툭 던진 그 질문이 바로 TPO가 갖추어진 강력질문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필자는 코칭 강의를 할 때마다 강력질문의 사례로 내 경험을 소개한다. 세월이 한참 흐른 후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의 주인공은 바로 그 질문을 던졌던 신입사원이었다. “팀장님, 저 OOO입니다. 이번에 팀장 발령을 받고 여기 내려왔습니다. 아직 이곳에 계신다는 얘기를 듣고 전화 드렸습니다. 뵙고 싶습니다. 식사에 한번 모시겠습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약속에 응했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 궁금한 마음에 물어 보았다. “그때 나한테 했던 질문 혹시 기억하고 있어? 어떤 의도로 그 질문을 했는지 정말 궁금해? 혹 내가 나이 들고 한심해 보여서 한 질문은 아니겠지?” “예, 기억해요. 그냥 궁금해서요. 한심하게 생각하다니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씀을.” “그랬다면 다행이군. 솔직히 나는 그 질문을 받고 충격을 받았었어. 덕분에 퇴직 후의 삶을 준비하게 되었고, 지금 이렇게 코치로 활동하며 보람을 느끼며 살고 있지, 고마워.” 이렇듯 고객을 성찰로 이끌고 잠재력과 가능성을 일깨워 실행하게 만드는 강력질문은, 고객이 처한 상황과 잘 어우러질 때 탄생하게 된다.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는 만능의 질문 패턴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객의 삶의 맥락에 따라 질문의 영향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개인 차원의 시대성(時代性)에 부합할 때 비로소 영감과 통찰을 일깨우는 강력질문으로 존재하게 된다. 그렇다면 코치가 시대성에 부합하는 강력질문을 하기 위해 어떤 프레젠스를 가져야 할까? 코칭의 순간, 오로지 고객과 함께 하며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 삶의 맥락(TPO)을 파악한다. 그리고 깊이 생각하지 않고, 떠오르는 직관을 사용해 짧고 간명한 질문을 사심 없이(egoless) 툭 던질 수 있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야 하지 아닐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어떤 수준의 질문을 하고 있는 코치인지 자문해본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om5172444@gmail.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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