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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학생이 다가와서 물었다. “교수님, 코칭을 오래하면 카리스마가 생깁니까?” 나는 순간 당황했다. 자세하게 말해달라고 했다. “선배들을 보니까 코칭을 배우고 나면 코칭은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는 확신이 강해지던데 이게 카리스마입니까? 에고입니까?” 학생과 나는 카리스마의 뜻이 뭔지, 에고의 정의가 뭔지에 대해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눈 뒤 결론을 내렸다. ‘선배들의 확신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에고다.’

코칭 실습을 하고 나면 관계가 불편해지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에고’ 때문이다. ‘이건 이렇게 해야 되고, 저건 저렇게 해야 된다’는 자기 확신이 강한 피드백은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들고 불편하게 한다. 강력한 자기 확신이 바로 ‘에고’다.코칭 실습을 지도할 때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이렇게 해도 한판의 코칭이고, 저렇게 해도 한판의 코칭이다. 한 가지 방법으로 정해진 코칭은 없다. 피드백을 할 땐 상대방의 코칭 방식을 존중하자. 조심스럽게 자기가 느낀 점을 알려주기만 하자. 상대방이 피드백을 받아들일 수도 있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상대방의 코칭도 한판의 코칭이고, 내가 피드백을 하는 것도 또 다른 한판의 코칭일 뿐이다. 피드백을 할 땐, 자기 실력을 드러내고 싶은 생각을 버리고 오직 상대방의 코칭 역량이 향상되길 돕는 마음으로 하자. 서로 다른 한판의 코칭일 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피드백을 하자.’ 

코칭대화모델을 배우고, 코칭핵심역량을 익히고 나면 다른 사람의 코칭을 볼 줄 아는 눈이 생긴다. 그러면 이건 이렇게 해야 하고, 저건 저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마치 밀물이 밀려오는 것처럼 많은 생각들이 밀려든다. 이때가 조심해야 할 때다. 지식과 경험이 쌓인다는 건 다른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고정관념이 생기고 새로운 선입견이 생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식과 경험이 많아질수록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도덕 선생님이 제일 도덕적이지 않고, 리더십 강사들이 제일 리더십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직업이 코치이고 강사인 나는 항상 이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자칫하면 내 지식과 경험이 옳다는 에고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내용을 가르쳐야 할지 고민하고 연구해서 강의를 계속하다 보면, 스스로 자기 지식과 경험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매우 위험한 때다. 자기 지식과 경험이 옳다는 생각은 고집이 되고 아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르치는 내용도 ‘한판의 코칭’ 처럼 하나의 이론과 지식에 불과하고, 다른 이론도 존재한다는 것을 항상 인식하고 있어야 에고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스티븐 코비 박사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8번째 습관』에서 ‘많이 알수록 모르는 게 더 많아진다’고 했다. 코비 박사는 원을 그려 놓고, 원 안쪽은 자신의 ‘지식의 영역’을 나타내고, 원 바깥 경계는 자신이 모르는 ‘무지의 영역’이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지식의 원이 커질수록 테두리가 커지기 때문에, 그 테두리인 무지의 영역은 몇 갑절 더 커진다. 많이 알수록 모르는 게 더 많아진다는 이론이 성립한다. 마찬가지로, 자기주장의 원이 커지면 커질수록 바깥 영역은 몇 갑절 더 커진다. 에고가 강하면 강할수록 편협함과 불편함, 반발이 더 강력해지는 이유다. 

불교에선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상태를 해탈이라고 한다. 좁혀서 말하면, 자기 개념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난 상태가 해탈이다. 내 생각도 언제나 틀릴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생각도 언제나 옳을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곧 해탈이다. 에고로부터의 해탈이다. 

금강경에 ‘범소유상(凡所有相) 개시허망(皆是虛妄)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 즉견여래(卽見如來)’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내 생각이 언제나 틀렸다는 것을 안다면, 즉시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iamcoach@naver.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